조 목사님, 늘 평안하시지요? 문주한 회계사입니다. 목사님은 저를 모르시겠지만, 저는 조 목사님 설교를 자주 듣는, 숨은 팬입니다. 사실, 몇 년 전에 조 목사님 교회에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마켓 CD만 듣다가 목사님의 설교를 직접 듣고 싶어서였죠.
첫 날, 얼마나 울었는지, 옆 사람 보기 창피해서 예배가 끝날 때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그 다음 주에는 옆에 계신 분이 휴지까지 꺼내주시더군요. 그 다음 주에도, 그 다다음 주에도. 두 달뿐이었지만, 참 귀한 말씀을 전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런 인연 때문에, 조 목사님에게 쓰는 이 편지로 2016년도 제 칼럼의 마지막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멀리 사하라 사막에 눈이 왔답니다. 37년 만이라는데, 사진을 보니 카라멜 마끼아또 같이 달콤해 보이더군요. 그런데 한 번도 눈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 중에는, 이제야 눈의 존재를 인정한 사람들이 있다고들 합니다. 손으로 만져보고 나서야 말이죠. 이렇게 단지 직접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것이 있어요.
종교나 신, 그리고 사상과 영적인 부분도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교회에 다니지 않습니다. 어쩌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유일한 회계사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참 힘들게 살 때, 가진 4달러 전부를 바쳤는데도, 다음 주에 목사님께서 “1달러짜리는 헌금함에 넣지 말라, 남들 눈이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가본데 하나님은 다 아신다.” 그 설교에 교회를 떠났습니다.
뒤끝이 참 길죠? 20년이 다 된, 그 4달러 헌금 설교를 지금도 마음속에 담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후에도 교회 사고파는 거래를 도와주면서 목사님들에 대한 실망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런데 이젠 돌아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예수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도는데, 이 상태로는 안 되겠습니다.
저는 그동안 예수를 보지 않고 목사님만 봤더군요. 하나 뿐인 아들을 이 세상에 보낸 신의 뜻을 찾지 않고, 별것도 아닌 것에서 속병을 앓았더군요. 회계사 싫다고 세금보고 안한 꼴입니다. 이제 다시 교회에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돌아간 그 곳은, 힘들고 고된 자들의 편에 섰던 예수의 정신, 편견 없이 낮은 자세의 진짜 예수 정신으로 가득한 곳이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입니다. 옛날에 새벽송을 돌고 와, 교회 방석에 빙 둘러 앉아 먹었던 따뜻한 국물 생각이 납니다. 사랑과 헌신, 나눔과 감사, 회개와 구원, 저는 그것이 예수가 이 땅에 온 진짜 이유라고 믿습니다. 조 목사님, 두서없었습니다만, 그런 예수 정신으로 가득한 교회에서 곧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주한 올림.
<
문주한 공인회계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