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테라노스’가 올해 쪽박을 찼다.
혈액 몇 방울로 240가지의 질환을 검사할 수 있다는 메디컬 키트 ‘에디슨’을 내세워 2013년부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으나, 지난해 10월 테라노스의 240개 혈액 검사 중 15개만이 자체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내부 폭로와 월스트릿 저널의 탐사 보도로 신화는 막을 내렸다.
정부가 수사에 나섰고, 월그린은 제휴를 철회했다. 테라노스가 지난해 봄까지 받은 투자는 총 6억8,630만 달러였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가 언론과 투자자들을 쉽게 속일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외모와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스탠포드를 자퇴한 금발의 젊은 여자가 주사바늘에 대한 자신의 공포를 계기로 에디슨을 개발하게 됐다는 이야기로 7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금을 손쉽게 유치했다.
테라노스의 사기 행각으로 충격을 준 한해였지만, 반대로 한인사회에서는 발명 또는 창업 소식을 자주 접한 한해였다. 레고 정리기인 토이백(TOYVAC)을 개발, 지난 가을 리얼리티 TV쇼에까지 출연했던 노래준 와 통기성 신발을 발명한 김나 현씨는 최근 나란히 특허를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발명품이 시장에 선보이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창업 후 성공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한인 2세들의 소식도 들렸다. 한인 가죽 액세서리 전문업체 ‘하베스트(Haerfest)는 뉴욕시 경제개발공사(NYCEDC)의 ’디자인 기업 NYC‘(DENYC) 프로그램에서 최고 유망업체로 선정돼 상금 1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1년간의 연구 끝에 비건 마시멜로우를 개발한 사라 손 씨는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다. 2006년 ‘스윗 & 사라’를 창업, 비건 마시멜로우를 판매하고 있지만, 유명도에 비해 사업 규모는 소박하다.
자금이 부족해 대량생산 기기를 마련하지 못한 탓에 대형 기업들의 대용량 주문을 거절하고 홀푸드와 지역 로컬 업소들에 마시멜로우를 공급하고 있다. 그 사이 대량 기기를 확보한 경쟁업체가 등장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소수인종 및 여성 등 마이너리티 기업 중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비율은 15% 정도다. 반면 전체 기업 중 투자 유치 성공 비율은 22%다. 인종이나 성별이 투자 여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제대로 된 증명 없이도 어마어마한 투자금을 얻어낸 테라노스를 떠올릴 때마다 사업 자금이 부족해 고군분투하는 한인 기업들, 한인 발명가들이 겹쳐져 씁쓸하다. 가짜에게는 존재하지도 않는 유리천장을 마이너리티인 한인들은 어떻게 뚫을 수 있을까.
이들이 유리천장을 깨뜨릴 수 있도록 한인 커뮤니티 내에서의 연대가 뒷받침되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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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 뉴욕지사 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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