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둘째 주말 서울에 체류하게 되어 한국의 집회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저녁 6시경 지하철을 타고 시청역에서 내리니 마침 시청 앞 광장에서는 태극기를 손에 들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덕수궁 앞 던킨 도너츠에서는 많은 시위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손에 들고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이고 있었다. 젊은 층도 눈에 띄었지만 장년층이 주를 이루었다.
광장에서는 고성의 확성기 소리로 누군가를 매도하고 있었는데 경찰이 만들어 놓은 벽 안쪽에서 집회를 하고 있어 그 안은 잘 보이지 않았다. 참석자가 대략 2,000명 정도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면서 섭씨 영하 6도의 추운 날씨에도 나와서 시위를 한다는 사실이 놀라왔다.
세종로 길로 300m 가량 북쪽으로 가면 광화문이 나오고, 시위 현장은 다소 한산해 보였다. 한때 200만명이 모였고 연 1,000만명이 참석한 집회에 대한 예상이 빗나간 느낌이었다. 광화문 광장에도 경찰이 세운 벽으로 인하여 집회하고 있는 안쪽을 볼 수가 없었다.
마침 스타박스 커피샵이 근처에 있어 이층으로 올라가니 창문으로 제12차 촛불집회 장면이 보였다. 커피샵 안에서는 젊은이들이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이 바깥쪽과는 대조적으로 펑온했다.
촛불집회 장소에서는 누군가 무대에 올라가 추위 때문에 마이크 든 손에 동상이 걸리겠다면서 누구누구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 다 같이 따라서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곳 집회도 눈짐작으로는 중년층 2,000명 정도로 보였다. 저녁 7시경 광화문 일대는 전면적인 교통통제가 실시되면서 종로 방향으로 행진이 시작되었다.
지척간의 두 장소에서 국정농단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으로 집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 아이로니컬하게 보였고, 의견이 다르다고 국민들이 서로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탄핵심리 그리고 특검의 피의자 및 증인심문에 대한 뉴스는 너무 많이 보고 들어 다소 식상한 기분이 들지만 앞으로도 1-2개월은 참을성 있게 추이를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국민들은 국가질서가 파괴된 것에 분노하고 있는데 정작 파괴한 자들은 기억 안 난다 또는 모르겠다고 서로 합의한 듯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진실을 밝히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었던 사회지도층의 이런 나쁜 풍조를 국민들이 불쾌해 하면서도 행여 배울까 두렵다.
흔히 개인적 친분을 중시하면서 지인의 흠에 대하여 입 다무는 것으로 의리로 알고 있다. 그러나 더 우선시해야할 것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의리이다. 피의자와 증인들은 국민이 촛불과 태극기로 분열된 원인이 자신들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알고 국가와 국민에 대한 의리를 지켜야 하겠다.
희망과 밝음을 상징하는 촛불, 안정과 국가의 안위를 상징하는 태극기. 이제 헌법재판소와 특검에서 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 나와 촛불과 태극기는 경축일이나 기념일에만 볼 수 있을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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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희 LA 민주평통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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