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한 여당 중진 의원의 “우리도 핵폭탄을 가져야 한다”는 발언을 그저 일과성 해프닝으로 알았는데, 어제 아는 몇 분과 대화 중 한 분이 핵폭탄을 한국이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해서 좀 답답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을까? 얼마 만에? 비용은? 혼자 생각을 하다가 이것은 정말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1년 만에 만들 수 있다고 했다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원자탄 제조에는 수도 없는 부품과 기계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니 처음부터 북한처럼 원자탄 선진국인 파키스탄과 비밀리에 손잡고 몇 년에 걸쳐 제조하는 것이 아닌 이상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러시아 등 각 나라를 접촉하며 이곳저곳에서 부품과 기계를 비싸게 사와야 한다.
그런데 그나마 이런 가정은 중국, 러시아 등 여러 나라들이 한국의 원자폭탄 제조를 승인, 또는 묵인했을 때의 일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원자력 기구를 탈퇴하는 그날로부터 규탄과 제재의 대상이 될 것이다. 북한은 더 이상 추락할 수 없는 밑바닥까지 왔고, 그래서 맷집도 세다. 그러나 한국은 제재를 받게 되면 아마도 한 순간에 경제가 추락하고 국민들은 패닉 상태가 될 것이다.
원자폭탄에 대해서 이렇게 장황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잠재적 대선후보들이 국가안위와 관련해 무책임하고 현실성 없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 영합용 발언 가운데는 사드배치를 재고하겠다고 하는 말까지 있었다. 중국이 한국에 보내는 견제 신호에 곧 바로 꼬리를 내린 것 같다. 당장 관광객이 줄고 있는 등 경제적 견제를 받기 시작했으니 사드를 재고하는 게 좋겠다는 사람들의 표를 의식한 듯하다.
그리고 사드에 대해서 북한에서 서울이 100킬로 정도로 서로 이웃하고 있는 현실에 고도방어 시스템이 무슨 효과가 있느냐 하는 사람도 있다. 또 누구는 이것을 중국의 미사일 방어를 위한 배치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나 스스로는 이미 평택 미국 군사시설에 중국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또 미국의 첨단시설이 있는데 꼭 사드 배치를 할 필요가 있나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러나 사드의 실효성, 또는 성능에 대해서 논하기 전에 큰 틀에서 보면 북한이 원자폭탄을 가지고 있고 중국이 뒷배 노릇을 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 속에서 북한과 대치하는 현실인지라 사드배치는 큰 판세의 그림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 그리고 오늘 날까지 미국 핵우산에 안주해 온 것이 비용 면에서 중국으로부터 받는 다소의 불이익보다 훨씬 컸으며 그런 이익은 지금도 보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제 한국은 대통령 선거 열풍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워 질 것 같다. 그런 가운데 무책임한 공약들과 인기 영합을 위한 돌출 발언도 많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런데 국가의 안위, 국토 수호에 대한 인기발언만큼은 여야,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모두 자제했으면 한다.
다시 말해서 국가 안위만은 인기영합용 화제로 삼지 말아 달라는 얘기다. 만일 한다고 하면 원자폭탄 제조에서 보듯 단세포적으로 ‘우리도 만들자’가 아니라 바둑에서 한수가 아니라 몇 수를 보듯 신중하게 이야기하고 자기 말에 책임지라고 대선 후보들에게 촉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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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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