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I-9(employment eligibility verification)는 회계사가 다루기엔 주제넘은 것이다. I-9는 국세청(IRS)이 아니라 이민국(USCIS)에서 요구하는 양식이기 때문이다. 이민법이나 노동법 변호사들의 밥그릇을 뺏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런데도 최근의 어느 뉴스 하나 때문에 I-9에 대한 상담 전화가 부쩍 늘었다. 변호사의 문턱은 높고, 회계사의 문턱은 낮은 모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양식은 새로 직원을 뽑을 때 W-4와 함께 반드시 작성 받아야 한다. 그 직원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있고 없고는 나중에 문제다.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라고 하더라도, 이 양식을 작성하지 않았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고용주가 져야 한다.
합법적으로 일 할 수 없는 직원을 채용하지 말라는 취지의 이 양식이 1월 22일부터 바뀌었고, 벌금도 크게 올랐다. 계속 옛날 양식을 잘못 쓰면 I-9 한 장당 최고 2,156달러의 벌금을 물 수 있다. 작성 요령만 15 페이지나 되니, 스몰 비즈니스 사업주들 입장에서는 참 버겁고도 뜨거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문제의 종착점은 결국, 고용주가 그 직원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없음(unauthorized for employment)을 알고도 채용하였는가, 또는 나중에 그것을 안 뒤에도 고용을 지속했는가 하는 것이다. 1명당 벌금은 최고 21,563달러다. 직원 5명만 해도, 10만 달러가 넘는다.
아직도 느낌이 오지 않는가? 그렇다면, 최근에 나온 법원 판례 하나를 꼭 읽어보기 바란다(United States v. Jalisco’'s Bar and Grill).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놀부는 인터뷰 때 신분 없음을 고백했다. 그런데도 채용을 했다.
어느 날, 놀부가 그만 두면서, 동생인 흥부를 사장에게 소개해줬다. 인터뷰 과정에서 신분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이민국 조사가 시작되었다. 이민국은 사장이 새로 들어온 흥부도 일 할 수 있는 신분이 아니었음을(형인 놀부와 마찬가지로), 알면서도 채용을 했다는 것이 포인트다. 결국 법원까지 갔는데, 법원은 식당 사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형이 취업자격 신분이 없었다는 것을 사장이 알았다고 해서, 동생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단정한 것은 이민국의 지나친 해석이라는 판결이다.
대신, I-9 작성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었다. 식당은 “지하 창고에 물이 차서 그 서류들이 모두 없어졌다. 그래서 최근에 옛날 날짜로 서명을 다시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를 보여주지 못했다. 증거 없는 주장은 허공을 맴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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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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