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에서 델리 업소를 하는 이모씨는 지난주 직원으로부터 오는 16일 출근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듣고 황당했다. 멕시코 출신인 이 직원에 따르면 이날 라티노 이민자들이 파업을 하기로 결의했기 때문에 자신도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 이씨는 “일단 들은 체도 하지 않았지만, 어찌해야 할지 내심 머리가 아프다”고 고개를 저었다.

뉴욕 라티노 노동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정책에 반발, ‘이민자 없는 하루(A day without Immigrants)를 통해 모든 경제 활동을 중단할 예정이어서 업주들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라티노 직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업종인 식품, 청과, 수산 등 관련 업계 한인 업주들은 이번 파업 결의에 대한 소식을 접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휴대전화의 텍스트 메시지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오는 16일 파업에 동참하자는 스페인어 메시지가 맨하탄과 퀸즈, 브루클린 등지에서 일하는 라티노 노동자들 사이 확산되고 있다.

이 메시지는 16일 서류 미비자들 뿐 아니라 영주권자들, 시민권자들 등 이민자들이 단합해 일을 하지 말고 소비도 하지 말고 집에 머무르며 이민자 없는 하루가 어떤지 보여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 또한 자녀들을 학교에도 보내지 말고, 사업체의 문도 닫아 대통령에게 이 나라의 이민자들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어떻게 시스템에 지장이 생기는지에 대해 보여주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파업은 프레지던트 데이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에 반대하고 이민자들의 권리를 찾는 것을 목적으로 17일에도 전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파업을 홍보하기 위한 웹사이트(f17strike.com)도 개설되는 등 조직적인 홍보가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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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내용들이 라티노들 사이 빠르게 확산, 직원들의 동요가 커지면서 한인 업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당일 비즈니스 영업 뿐 아니라, 소비 심리 하락으로 이번 주 매출 하락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어퍼 맨하탄 라티노 밀집지역의 한 네일 업소에는 대목으로 꼽히는 밸런타인스 데이를 앞두고 있음에도 13일 매장이 텅 비었다. 업주인 김모씨는 “16일 파업 소식이 퍼지면서, 아예 돈을 쓰지 않기로 한 듯 고객이 오지 않고 있다”며 “16일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길 것 같아 불안하긴 하지만, 같은 이민자 입장에서 직원들이 파업을 하겠다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협회들은 회원들에게 이와 관련해 홍보에 나서고 있다. 뉴욕한인식품협회는 SNS를 통해 이사들에게 라티노 노동자들의 파업 계획에 대해 알리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박광민 회장은 “참여 직원들을 미리 파악하고 영업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라고 알린 상태지만, 라티노 직원들의 이번 활동에 협조를 하라고 추가로 홍보할 예정”이라며 “더불어 비즈니스를 일구는 같은 이민자 입장에서 이들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인 커뮤니티가 비협조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면 또 다른 문제를 파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업주들은 이번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앞서 13일에는 위스콘신 밀워키에서 ‘라티노가 없는 하루’를 통해 라티노 직원들이 경제 활동 및 학업을 일시 중단하는 등 전국적으로 파업을 통한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최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