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라함 마슬로우는 인간의 기본욕구를 5단계의 피라밋 형태로 설명했다. 맨 밑에는 음식, 쉴 곳, 섹스와 같은 생물적 기본욕구가 있고, 그 위 차례로 안전한 환경에 대한 욕구, 가족·친구 같은 그룹에 속하려는 욕구, 남들로부터 인정·칭찬 받고 싶은 욕구가 따르고, 맨 위 단계에 자아실현의 욕구가 자리잡고 있다는 학설이다.
이들 욕구 중 비교적 개인차가 큰 것이 남들로 부터 칭찬과 박수갈채를 받고 싶은 욕구이다. 사람들 중에는 남의 눈에 띄거나 칭찬받고 박수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극히 내성적인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반대로 항상 칭찬과 박수를 받아야만 만족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에 따라 박수 받고 싶은 욕구의 정도가 다른 것처럼, 박수가 사라졌을 때의 반응도 각각이다. 잠시 소외감과 상실감을 느끼는 정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 있는가 하면, 소외감 상실감 정도를 지나 분노를 느끼고, 박수를 유지하기위해 강압적 수단을 동원하는 박수갈채 집착증(Adulation Obsession)에 걸린 사람들도 있다.
영국의 저명한 정치가요,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자유세계의 영웅인 처칠이 종전 후 총선에서 패하고 한동안 실의에 빠져 있던 때가 있었다. 이때 그의 친구인 소설가 서머셋 모옴이 프랑스에 있는 자기 별장에 그를 초대하였다. 두 친구가 오랜만에 함께 조용히 휴식을 즐기고 있던 중, 유명 주간지 파리 매치에서 처칠을 인터뷰하고 싶다는 요청이 왔다.
당분간 바깥세상과 연락을 피하고 조용하게 쉬고 싶다며 인터뷰를 거절할 줄 알았던 처칠은 놀랍게도 선뜻 인터뷰를 받아들이고, 기자의 요청에 따라 이런 저런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촬영에도 기꺼이 응하는 것이었다. 선거 패배와 함께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서 느꼈을 소외감과 상실감을, 평소 몸에 배인 절제를 통해서 의연하게 대처해 왔지만, 다시 외부세계의 관심을 받을 기회가 오자 이를 선뜻 잡고 싶었던 처칠의 너무나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절친한 친구 모옴이 차분하고 애정 어린 필치로 쓴 수필이 있다.
박수는 특별한 성취와 업적에 대한 감동의 표현이다. 1982년 하버드 졸업식에서 테레사 수녀가 연설을 마치자 학생들 전원이 기립박수를 계속한 것이나 연주홀을 가득채운 청중들이 연주를 마친 연주자들에게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는 예를 상기하면, 박수갈채의 진정한 의미는 감동과 경의의 표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박수는 영원하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대상이 바뀌고, 박수치는 사람도 바뀐다. 이 속성을 무시한 채 자기만은 영원히 박수갈채를 받아야 한다는 박수집착증에 걸린 사람들이 적지 않고, 이런 증세가 심한 사람들이 지도자의 위치에 올라서는 것이 문제이다. 이런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박수소리가 약해지거나 사라지는 사태이다. 영원한 박수를 강제로라도 확보하기 위해서 이들이 어떤 고약한 억지와 술수를 써왔는지 역사에서 보았고, 또 현실에서 보고 있다.
전 세계에 박수집착증 지도자들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나라가 한둘이 아니다. 박수가 사라진 현실을 의연하게, 위엄 있게 받아들이는 처칠 같은 지도자가 있느냐의 여부가 질서있는 문명국가의 척도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참고로 처칠은 5년 후 재선되어 5년 동안 다시 총리직을 맡았다가 1965년 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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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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