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일정한 위험(사고)에서 생기는 경제적 타격이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다수의 경제주체가 협동해 합리적으로 산정된 금액을 조달하고 지급하는 경제적 제도’를 말한다. 미국에서 사는 한인치고 최소 서너 개의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택보험, 자동차보험, 생명보험, 사업체보험, 지진보험 등 보험의 종류는 너무나 많다.
우리는 언제 닥칠지 모를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보험 상품에 가입한다. 미국에 살면서 좋은 변호사나 부동산 에이전트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좋은 보험 에이전트를 만나는 것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좋은 에이전트란 두말할 필요 없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트이다. 돈에 눈이 멀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에이전트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최근 LA 한인 보험업계에 ‘폭탄’이 하나 터졌다. 30년 가까이 한인타운에서 영업해온 한인운영 SKC 종합보험‘ 대표 강모씨가 에이전트 및 고객들과 연락을 끊고 잠적한 것이다. 이 회사 직원들과 에이전트들은 강씨가 아무 말도 없이 2~3주 동안 모습을 나타내지 않자 사무실을 폐쇄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일부 에이전트들은 고객들의 어카운트를 그대로 가지고 다른 한인 보험 에이전시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 고객 중에는 LA 다운타운 의류업체 및 식당 업주들이 많았다고 한다. 일을 잘 한다는 소문이 나서 믿고 맡겼는데 갑자기 회사가 사라져 고객들은 황당함과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강 대표만 바라보며 열심히 일한 직원들과 에이전트들도 허탈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한동안 사장으로부터 월급과 커미션도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와 친하게 지냈고, 그의 고객이었던 한인 식당업주는 “첫 언론보도가 나오기 열흘 전쯤 강 대표가 발신번호를 숨기고 전화를 걸어와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며 “평소에 형, 동생 하며 지낸 사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강 대표는 보험 에이전시를 운영하며 식당 등 다른 비즈니스에도 손을 댔고 자취를 감추기 전까지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인의류협회 회장을 지낸 한 의류 도매업체 대표는 “잠적한 강 대표는 평소에 고객의 이익을 대변하며 비즈니스를 운영했다고 들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한인 보험업계는 이번 사건의 불똥이 업계 전체로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명의 그릇된 행동 때문에 전체 보험인의 신뢰에 금이 가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업계 전체가 고민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사고를 친 사람이 당당하게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잠적하는 행위는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라는 심리에서 비롯된다. 섣불리 변명을 하다가는 파문이 더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한 불을 끄려고 잠적을 택하는 것 보다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진솔하게 사과하는 것이 확실한 해결책이 아닐까. 살다보면 누구든지 크고 작은 잘못이나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일이 터진 후에 사과와 더불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용서가 가능하다.
잠적한 강 대표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그 또한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밤에 두 다리 뻗고 잘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잘못한 것 만큼은 틀림없으니 말이다.
내가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해온 사람이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충격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런 경험을 하면 ‘세상에 믿을 사람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번 사건은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진리임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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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훈 경제부·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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