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중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이끈 나치당이 독일제국과 독일군 점령지역 전반에 걸쳐 약1,100만명의 민간인과 전쟁포로를 학살한 일명 ‘홀로코스트(Holocaust)’는 유례없는 만행으로 인류역사에 기록돼 있다. 당시 수백만명이 독일 전역과 독일 점령지 약 4만여 곳 집단 수용소에 구금돼 사망했는데, 가장 잔학한 것은 그 때 유럽 거주 전 유대인의 3분의2에 해당하는 유대인 600여만 명이 집단 수용소에서 대학살을 당한 사건이다. 이는 독일의 정치나 경제 등 모든 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유대인에 대해 증오심을 가진 히틀러에 의해 발단된 범죄로, 반인종주의의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히틀러는 평소 “내가 힘 있는 사람이 되면 가장 먼저 유대인을 몰살시키겠다. 그리고 교수대를 뮌헨에 차례로 짓고 유대인들이 없어질 때까지 무차별적으로 교수형에 처할 것이다. 그리고 이 관행을 독일 전역으로 이어갈 것이다”라고 별러오다 총통이 되자 결국 600만 명 이상의 유대인 대학살을 자행한 것이다.
독일의 역사학자 에버하르트 엑켈은 그의 저서에서 이처럼 한 지도자가 모든 권력을 동원해 특정 인간집단을 속전속결로 죽인 사례는 역사에 없었다고 서술할 정도로 이 사건은 인종증오 범죄의 극치이다. 이처럼 무서운 인종증오 범죄가 최근 미국 내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어 심히 우려가 되고 있다.
비록 작은 규모지만 지난 한달 사이 뉴욕에서만 아시아계 여성이 흑인남성으로부터 ‘묻지마’ 폭행을 당했으며 아스토리아에서 중남미계 여성이 백인남성으로부터 미국을 떠나지 않으면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협박과 함께 폭행을 당할 뻔 했고, ABC방송의 한인 기자도 최근 생방송 도중 흑인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미국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일어선 나라이다. 그럼에도 저변에는 백인의 유색인종 차별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신대륙에 정착한 백인들이 아메리칸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끌려온 흑인들을 노예로 마구 부리고, 또 자신들처럼 꿈을 안고 이민 온 유색인종들에 대한 차별의식을 철저히 보여 왔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인종 증오 및 혐오 범죄를 양산하고 있다.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과 마틴 루터 킹 목사 연설 등을 거치면서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백인의 인종차별 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증오범죄가 무서운 이유는 증오는 또 다른 증오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2년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흑인교회에서 백인이 흑인에게 가한 총기 난사 사건 이후 흑인과 백인 교인이 손을 잡고 화해와 용서를 꾀한 것은 더 큰 보복을 막기 위한 노력이다.
‘미국우선주의’를 부르짖는 트럼프 당선 이후 뉴욕 주 웰스빌의 한 경기장 벽에 ‘미국을 다시 하얗게’라는 낙서가 등장할 만큼 미국사회에 또 다시 백인 우월주의 색채, 즉 백인의 유색인종에 대한 증오 및 혐오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미국은 여러 문화, 인종의 용광로라고 일컫지만 다양성을 거부하는 증오범죄는 끊이지 않을 조짐이다.
미국사회의 뿌리 깊은 흑백갈등, 인종차별 의식은 흑인이 백악관에 입성해도 해결되지 않는 영원한 숙제인가. 이 땅에 사는 한, 언제고 당할 수 있는 유색인종의 입장에서 늘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자유의 종소리가 모든 도시에서 울리게 될 때 백인이든 흑인이든, 개신교든 가톨릭이든 모두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인종이 하나가 되기를 희망한 킹 목사의 꿈은 언제나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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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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