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달력은 로마력으로 이 로마력의 가장 오래된 것이 로물루스력이다. 로물루스력은 1년이 열 두 달이 아니라 열 달이고 365일이 아니라 304일로 되어있으며, 새해는 3월에 시작된다.
그렇다면 두 달이라는 시간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로마 사람들은 사라진 두 달의 기간을 정지된 시간으로 믿었다고 한다. 그들은 이처럼 정지된 시간이 있어야 새해를 준비하며 새롭게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1년이 열두 달, 365일이다. 12월 31일이 지나면 단 하루의 휴식도 없이 새해 초하루인 1월 1일을 맞는다. 1월 초하루에 시작해서 12월 마지막 날까지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빈틈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삶의 무게는 점점 쌓여만 가고 좀처럼 그 무게를 덜어낼 수 없게 되었다. 한마디로 현대인들은 삶에 찾아오는 이런저런 문제들을 비울 여유를 갖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민자의 신분으로 이 땅을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생각해본다. 많은 민족과 문화와 언어가 공존하는 미국에 살면서 그만큼 삶이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땀 흘려 일을 하면 할수록 그만큼 소득도 늘어나고 윤택할 수 있어야 하지만 경제적으로 별로 나아지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사람들은 경제적인 여유를 통해서 시간적으로 여유를 찾으며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얼마 전에도 다운타운에서 조그마한 사업을 하던 한인 자영업자가 일에 대한 중압감과 과로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했다.
이러한 현실을 생각할 때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처럼 여유 없이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여름 피서 철이 찾아오면 많이 듣는 단어가 바캉스이다. 어린 자녀들이 여름방학을 시작하는 것에 맞추어서 해수욕장을 찾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바캉스의 모습이었다.
프랑스어인 바캉스는 비어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사람들은 바캉스를 통해서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짐을 비운다고 해석할 수가 있다. 휴식도 없이 1년 365일 기계처럼 일만 하면서 인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무게를 털어내기 위해서 바캉스를 갖는다는 말이다.
바캉스를 단순히 놀고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삶에 휴식을 제공하고 새로운 날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바쁜 일상에 묶여서 삶의 목적까지 망각한 채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굳이 긴 시간이 아니라도 괜찮을 것 같다. 한 해 단 며칠만이라도 자신을 추스를 수 있는 바캉스를 가짐으로써 쉼과 여유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
임지석 목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