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자 화백하와이 한인미술협회 고문
“다민족 사회에서 개인적 성공도 중요하지만 한인사회를 업고 갈 수 있는 정체성 지닌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박화자 화백(86). 하와이 한인들을 물론 미술을 사랑하는 로컬 주민들에게 가슴 뭉클한 성화를 즐겨 그리는 화가로 유명하다. 박 화백은 50줄에 접어든 1985년, 하와이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했다. 이민생활 틈틈이 그린 그림이 주 내 각 전시회에 입선하며 자신의 그림을 알아 봐 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박 화백은 그림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생겼다. 1931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박 화백은 일본식민지와 한국전쟁이란 시대적 비극 속에 원하던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미술대학에 진학했다. 그 소망을 이루기까지에는 남편의 적극적인 외조가 큰 힘이 되었다. 그 덕분에 1992년 석사학위를 받으며 만학의 꿈을 이루었다. 박 화백은 1986년 한인미술협회 창립 회원으로 적극 활동하며 다민족 사회 하와이에서 미술활동을 통한 차세대들에게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이어가고 한인사회 위상을 높이는 일에 매진했다. 1993년 미주한인이민90주년 행사를 시작으로 하와이 한인미술협회의 활발한 작품활동은 2003년 미주한인이민100주년 기념사업을 계기로 하와이는 물론 인천과 전 미주지역 미술인들과 교류전의 물꼬를 트며 미술을 통한 하와이 한인사회를 알리는 일에 앞장서기도 했다.
올해로 창립 32년을 맞는 하와이 한인미술협회는 26년째 청소년 그림대회를 개최하며 그림을 통한 차세대 한인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 대회를 통해 미술협회 자녀들도 미술학도로 진로를 정하는 경우도 많아 회원들은 청소년 미술대회 개최에 특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박 화백의 그림 세계는 자신의 삶의 구비구비에서 만나게 된 하나님을 형상화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림 속에 담겨 진 작가의 뜨거운 감동은 그림을 접하는 관객들에게도 뜨겁게 전해진다. 졸업작품전에 출품한 그림이 호놀룰루 경찰국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고가에 매각되어 경찰국을 찾는 호놀룰루 시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박 화백은 2013년과 14년 가장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떠나 버리는 상실감으로 최근까지 탈진 상태에 빠져 있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라는 그 슬픔에 더해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고 나니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었어요. 집을 가득 메운 저의 그림 속에 담겨 진 남편의 숨결을 느끼며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슬픔을 이겨보자고 집을 팔 생각도 했지만 저를 위해 2층을 올려 화실을 꾸며 준 남편의 마음을 배신하는 것 같아 이내 참회의 기도를 했습니다”박 화백은 1963년, 국민회원으로 활동했던 이모할머니 고 양남수 할머니의 초청으로 하와이 땅을 밟았다. 아들을 출산한지 4개월 만에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남편을 여의고 혼자서 약국과 조산원을 운영하던 생활력 강한 싱글마더가 초등학생 아들을 친정에 맡기고 하와이를 찾은 것은 아버지 없는 아들을 기 죽지 않게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김화자’가 미국에 이주하기까지 과정과 박씨 남편을 만나 박화자로 오늘에 이르게 된 과정을 회고하는 박 화백은 자신의 인생의 결정적인 전환기 모두 하나님의 뜻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한국에서의 조산원 근무경력을 인정받아 널싱 홈에서 근무를 하며 독립운동가 박씨 가문에 시집을 가게 되었고 한국에 두고 온 아들을 초청해 재혼한 남편은 그 아들을 친 자식으로 사랑으로 양육했다고.
시부모의 독립운동의 발자취는 국민회 역사 곳곳에 기록되어 있지만 지난해 국민회가 경민학원에 매각했던 하와이 한국독립문화원이 속절없이 일본계 미국인 손에 넘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박 화백의 슬픔은 뭐라 표현할 수 없었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지난 2-3년이 저에겐 정말 힘든 시간이었어요. 자식을 앞세우고 남편을 잃은 슬픔도 모자라 시댁 어른들의 발자취가 함께하는 하와이 한인독립운동의 역사적 사적이 일본계 손에 넘어가는 치욕을 지켜봐야 하다니요…” 박 화백은 올 여름 러시아로 미술학도로서의 마지막 소망을 이루기 위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 부름에 순종해 러시아와 유럽 일부를 돌아보기 위해 몸을 추스리고 있어요”박 화백은 내일의 시간을 살아 갈 손자, 손녀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와이 한인사회를 업고 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주었으면 한다”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말 것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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