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프랑스의 심리학자 알프레드 비네가 취학아동의 지능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한 시험이 최초의 지능시험이다. 그 후 내용과 형태가 조금씩 다른 지능시험이 여럿 소개되었고, 여러 국가에서 학령기 아이들에게 지능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지능시험 점수를 바탕으로 해서 계산된 수치가 바로 지능지수(IQ)이다. 대부분의 시험이 100점을 중간수치로 삼고, 70점 이하는 학업능력 부족, 130점 이상은 천재급에 속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지능지수의 개념이 학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높은 지수를 얻은 학생들이 학업성적도 좋다는 상관관계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간단한 수치 하나로 사람들의 지능을 평가할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IQ는 일반 사회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용어가 되었다.
학업능력을 미리 측정할 수 있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 학생들에게 지능시험을 실시하지 않는다.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배경이 천차만별인 학생들에게 동일한 시험을 한번 치르게 하고, 그 결과로 학생들의 지능을 판단하는 것이 공평치 않다는 공감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지능지수가 ‘스스로 실현되는 예언(Self- Fulfilling Prophecy)’ 현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자신의 지능이 평균 이하라는 것을 알게 되는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그 낮은 지능에 맞춤으로써 자연스럽게 학교생활을 실패로 이끈다는 의견이다.
지능지수의 또 한 가지 약점은, 지수와 학업성적 사이에 보였던 높은 상관관계가, 사회적 성공과의 사이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높은 지능지수가 아이들의 장래 사회적 성공을 보장하는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학자들은 IQ에 대치하는 개념으로 감성지능(EQ)에 집중해서 연구를 하였다.
이 새로운 학설을 대표하는 심리학자 다니엘 골맨은 1995년 ‘감성지능’이라는 제목의 베스트셀러를 내면서, 감성지능이 인생 성공의 80%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능력이라는 파격적인 학설을 발표했다. 감성지능(EQ)이 뛰어난 사람들은 대체로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살며, 지도자 위치에 오를 확률이 지적지능이 높은 사람들보다 월등하게 높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감성지능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특성 또는 능력을 의미할까? 책 한권에 담긴 지식을 문장 하나에 담아보면, “감성지능이란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고, 주위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이다.”
유감스럽게도 현재의 교육방향은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높은 성적, 좋은 학교 진학에 집중되어있다는 느낌이다. 지난 수세기 지능지수가 높은 천재들의 눈부신 공로로, 지금 세상은 최첨단 과학문명의 덕을 톡톡히 보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고도로 발전한 물질 문명세계라 해도 안전, 평화, 공존, 행복이 사라지면 결국은 파멸의 길로 갈수밖에 없다는 걱정을 지우기 어렵다. 교육에서 기억, 사고, 분석, 추리와 같은 지적능력과 함께 책임감, 충동조절, 배려, 연민과 같은 감성능력도 필수적으로 병행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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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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