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첫 한미정상회담이 마무리 됐다. 취임 후 처음 대면한 두 대통령은 30일 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한미동맹에 기초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뤄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또 첫 만남이 서로 간에 신뢰와 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북핵문제와 사드배치, 그리고 양국 교역 등 무수한 난제 속에 이뤄진 정상회담은 두 정상이 엇박자를 낼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 달리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가슴 졸이며 두 정상의 첫 회담을 지켜 본 미주한인들에게 두 나라가 굳건한 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북핵 문제에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번 방미 기간 중 문 대통령이 가장 많이 입에 올린 단어는 ‘피로 맺은 동맹’이었다. 혈맹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대북정책과 사드배치 문제로 미국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한국 새 정부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대통령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 방문과 연방의회 지도자들에 대한 사드 관련 설명을 통해 혈맹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장진호 기념비 방문 연설에 감동했다”고 말했으며, 의회 지도부는 “사드 설명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런 노력은 일단 미 국민들과 정치인들에게 상당한 공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각별한 예우는 한인들의 자부심을 높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호감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외교의 성공 여부는 정상들 간의 개인적 호감이 크게 좌우한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형성된 두 나라 대통령 사이의 친근감이 향후 한미 간 현안들을 풀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풀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정상회담을 통해 큰 틀에서는 원론적 합의가 이뤄졌다지만 구체적인 접근법과 방안에 있어서는 이견들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당장 교역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 봐도 한국과 미묘한 시각 차이가 드러난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몇 시간에 불과한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완벽한 합의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양국이 공동목표를 갖고 있음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는 구체적 방안 도출을 위한 조율과 조정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양한 분야의 고위 전략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일단 개인적 유대는 형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 달 열리는 G20 정상회담 등 국제 외교무대를 통해 만남과 회담을 이어간다면 공조의 바탕을 한층 더 확대해갈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 중에도 감성으로 다가서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었다. 장진호 전투 참전용사들에게는 말 뿐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사를 표했으며 환영 나온 도로변 한인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 손을 잡았다. 짧은 일정 탓에 대통령이 남가주 한인들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 데 대한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다음기회를 기약해 본다. 아무쪼록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새로 들어 선 두 나라 정부 사이의 보다 긴밀한 협력관계 조성을 향한 첫 걸음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