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조각이 마무리 단계다. 전반적으로 정치인, 관료, 민간 전문가들을 골고루 기용했다. ‘탕평’에 성공한 것 같다. 그러나 이전 정부들과의 뚜렷한 차이점은 잘 안 보인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 정부에서도 정당의 역할이 불명확하다.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대선 직후 민주당은 인사추천위원회를 설치하여 내각에 인재를 추천하겠다는 포부를 보였지만, 유야무야되었다.
현대 정치에서 정당은 중심적 역할을 맡는다.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은 국정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정당은 당원 및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여, 국정에 반영한다. 물론, 대통령, 의회, 내각, 국회의원들도 이런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들 분리된 기관들을 하나로 아우르고, 정치에 통일성과 일관성을 부여하는 것은 정당의 고유 역할이다.
정당이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전문성이 필요하다. 선거만 끝나면 정당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선거 이후에도 정당은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하기 위한 구체적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당내에 전문가를 양성하고, 당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인재들이 국정에 참여해야 한다.
정당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정당은 국정의 중심이라기보다는 선거의 도구였다. 정당 공천 없이 대통령이 된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막상 집권하면 대통령들은 집권당을 거수기 취급하곤 했다. 결국 대통령이 바뀔 때 마다 그의 정당도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는 다를까? 역대 정부에서도 초기 내각에는 정치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들의 참여는 대개 일부 부처에 국한되었다. 정치인들은 항상 해양수산, 국토교통, 농림축산, 문화체육 등 ‘국내’ 부처 혹은 ‘소프트한’ 부처를 선호했다. 문재인 1기 내각도 예외가 아니다.
반면, 전문적이면서도 까다로운 이슈인 외교, 국방, 예산, 재정, 금융 업무는 거의 언제나 관료들 몫이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방장관은 민간인 임명 사례가 전무하다. 외교장관 18명 중 비관료 출신은 5명, 그 임기를 다 합쳐도 4년에 불과하다. 재정부 장관 총 27명 중 비관료 출신은 4명, 임기 총합은 5년 밖에 안된다. 문재인 정부는 어떤가? 현 내각에서 통일, 외교, 국방, 정보, 재정, 금융 관련 장관급 직위들은 모두 전직 관료 출신들이 차지했다. 집권당의 족적이 보이지 않는다.
세계 민주국가 중 외교안보와 경제의 핵심 정무 직위에 이토록 선출직들의 참여가 미약한 나라는 드물다. 심지어 정당색이 약한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에도 각료급 직위 23개 중 10개는 선출직 공무원에게 주어졌다. 국가안보 관련 각료급 직위 5개 중 3개도 선출직 몫이 되었다.
집권당의 역할이 약한 것은 정당의 인적 역량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집권당에 외교안보와 경제 관련 전문성 축적의 기회도 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정당에 인재가 모이길 기대하나?
문 대통령은 지금 높은 지지율에 취해선 안된다. 역대 모든 대통령이 집권 말기에 곤경에 처했다. 자신을 지켜줄 우군이 없었기 때문이다. 집권 후반기와 차기까지 내다본다면, 바로 지금 강하고 건전한 집권당을 건설해야 한다. 민주당의 지지도가 역대 최고를 기록 중이고 차기 선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지금이 적기이다.
한국의 모든 집권당은 대통령 임기 만료 후 사라졌다. 이젠 우리도 대통령보다 오래 가는 정당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정당이 대통령과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대통령을 지원할 수 있는 실제적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 점에서 민주당도 인재의 충원, 훈련, 평가, 선거 공천, 공직 천거 등을 위한 보다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체제를 개발해야 한다.
국민이 주주이고, 당이 이사회라면 대통령은 이사회가 고용한 5년 임기 사장이다. 이사회는 현직 사장을 지원, 견제하는 동시에 미래의 사장 후보들을 키워내는 역할도 해야 한다. 5년 임기를 넘어 미래를 내다보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 주주들을 위하는 길이고, 또 그래야만 사장의 업적과 유산도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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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승 /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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