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바람처럼 갔다 쏜살같이 돌아왔다. 집안 행사가 주된 이유. 그러나 이번에도 대부분의 시간은 손님들 만나는데 썼다. 저녁을 세끼나 먹은 날도 있었고, TV 인터뷰라는 것도 해봤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은 그동안 고민만 했던 것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 것.
그것은 바로, 내 손님들 중에서 50개 사업체들과의 이별이다. 헤어지자고 먼저 통보하니 그 분들에게 죄송하고, 그동안 쌓인 정을 생각하니 많이 아쉽다. 그러나 계속 미룰 수도 없는 일. 우선, 학교 동문들과 친척들의 일을 그만하기로 했다. 내 사무실에서 내보낼 두 번째 대상은 회계사비에 비해서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는 손님들. 그리고 (사실은 이것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세금에 대한 코드가 서로 맞지 않는 손님들이다.
사실 회계사는 잘해야 본전이다. 의사는 병을 고치고 변호사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회계사는 기껏해야 벌금 안내고, 세무감사 안 받게 하면 최고다. 좁게 보면 그것이 내가 손님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런데 어디 그것이 나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일인가? 마침 한국에 다녀오면서 여행 내내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린 마지막 결론 - 딱 50개만 줄이자! 그동안 우리 사무실에서 있었던 안 좋았던 일들. 돌이켜보면, 직원들 탓만 할 일도 아니다. 모든 문제의 발단과 책임의 종착은 결국 나 자신. 내 자신의 일 욕심, 돈 욕심에서 비롯된 문제들이지 않은가.
50개면 대충 한 달에 1만달러. 사실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러나 반대로 내가 얻을 수 있는 마음의 평화와 시간적인 여유, 그리고 내 건강과 사람들과의 관계. 그것을 어떻게 돈으로 따질 수 있을까? 나는 이제 회계사라는 직업인이 아니라 오로지 동문과 조카, 친구로서만 그들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세금 얼마를 더 내니 덜 내니 하면서 다투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50개만 줄이면 그런 것을 얻을 수 있는데, 당장 시행에 옮기지 못할 이유가 없잖은가? 한 달에 1만달러만 포기하면 남은 손님들을 위해서 더 나은 서비스를 할 수 있는데, 이 손님 솎아내기를 미룰 이유가 없잖은가? 그것이 바로 회계사비를 2배, 3배로 올려 줄 테니 계속 남으면 안 되겠느냐는 손님을 끝까지 거부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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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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