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한 마을에 100 가구, 논 500 마지기가 있어서 가구당 5 마지기의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고 해보자. 그런데 누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땅을 팔았다면 논을 산 누군가는 10 마지기를 갖는 부농이 되고 논을 판 누구는 소작농으로 전락한다. 소위 제로썸 이론으로 누가 부자가 되면 누구는 가난해지니 배가 아파진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과거의 부자 특히 지주들 중에서 양식이 있는 사람들은 솔선해서 절약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며 같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한국에서 예외적인 곳이 있다. 개성이다. 개성사람들은 이웃을 가난하게 만들며 자기가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매년 봄이면 외지로 나가서 돈을 벌었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고향에 돌아와서 그 벌어들인 돈으로 장사하는 이웃의 물건도 사주고, 집을 고치고 또 증축하는 등 노동을 시키며 돈을 썼다.
그래서 개성에서는 부자를 환영하고 존경했다. 영국인들이 식민지에서 돈을 벌어들인 후 고향에서 돈을 쓰는 부자를 존경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나는 그런대로 살던 서울 토박이 출신이다. 반면 아내는 꽤나 잘 살던 개성 출신이다. 결혼생활이 거의 50년이 되어 이제는 서로 많이 비슷해 졌지만 아직도 아내는 내게 ‘궁상떨지 말라’ 하고 나는 아내에게 ‘머리가 텅 빈 졸부 흉내 내지 말라’며 티격태격 한다. 아내가 귀신 사는 집이냐 하면서 집 앞 외등은 물론 집 곳곳에 전등을 켜놓으면 나는 전기요금 아껴야 한다며 불 끄느라고 바쁘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로 재벌들을 초청해서 맥주 파티를 했었다. 아마도 여러 가지 애로 사항도 듣고 부탁도 한 모양이다.
TV에 나오는 얼굴들을 보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2세들이 꽤나 많았다. 그들이 직원들에게 겸손과 근검을 보이며 동고동락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갑’질이나 하지 않을까 공연히 걱정스러웠다. 사실 내가 이제껏 보아온 재벌 2세들은 불법 탈법으로 재벌 승계 재주나 배우고, 운전기사나 술집 종업원에게 갑질하는 기사나 보았을 뿐 제대로 인성교육을 받았다는 2세들은 보기가 힘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그 자리에서 개성상인 정신을 이야기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대통령이 재벌들에게 개성상인 정신으로 거듭나자고 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되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쉽게 과거와 비교하며 예를 들자면 피자, 편의점, 치킨집의 프랜차이즈 주인은 지주이다. 그리고 각 상점은 소작인이다. 현대의 지주인 재벌들이 겸손과 근검을 실천하고 있는가? 아니다. 상스럽게 이야기 하자면 소작인들을 등쳐먹고 더 나아가 ‘갑’질을 하고 있는 악덕 지주들이 아닌가?
남을 가난하게 함으로써 자기가 부자가 되는 것이 시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재벌들은 이제 밖으로 나가서 돈을 많이 벌어 그 번 돈을 주위에 나누어 주는, 그래서 존경을 받는 개성상인이 되어야 한다.
특히 일부 재벌인지 아니면 전부인지 잘 모르겠으나 정부의 산업화 정책 덕분으로, 더 나아가 정경유착으로 재벌이 되었다면 그런 재벌들은 이제 그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의무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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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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