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실시된 어바인 시의원 선거에 최석호 후보, 강석희 후보가 동반 출마해 혹시나 모두 낙선할 까봐 우려했었다. 다행히 두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상호 경미한 마찰은 있었지만 2, 3등으로 당선되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 이후 이들은 재선에 성공하고 어바인 시장도 연이어 당선되는 등 승승장구 했으며, 오렌지카운티가 ‘미주한인 정치 1번지’로 자리매김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석호 씨는 작년 가주하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현재 새크라멘토에서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쾌거’는 어바인 시의 경우 단일 선거구제로 한인 유권자들이 복수의 후보들에게 투표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인 유권자 비율은 4% 가량으로 높지 않아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새로 신설된 부에나팍 제1지구 시의원 선거는 다르다. 유권자들은 한 명의 시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에 1명에게만 투표할 수 있다. 한인후보에게 투표를 원할 경우 이 지역 한인 유권자 1,281명은 현재 출마를 선언한 정재준, 박영선 씨 둘 중에서 1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한인 유권자들은 이 지역구에서 오랫동안 거주했고 부에나팍 도시개발 위원회 커미셔너로도 활동하면서 ‘동네’를 잘 아는 정재준 씨에게 투표할 것인지 아니면 올해 1지구로 이사온 전입자로 미 주류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성장 가능성’을 보고 박영선 씨에게 투표를 해야 할 것인지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이와 아울러 한인 후원자들은 둘 중에서 누구를 후원해야 할 것인지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들 중에는 한 사람만 후원하려니까 다른 후보에게 눈치 보이고 그렇다고 가만히 지켜 볼 수도 없는 입장에 놓인 한인들도 있다.
만일에 한인후보들끼리 선거 운동이 과열되어 상대방 ‘흠집 내기’에 들어가면 한인 유권자들마저도 등을 돌릴 수 있다. 급기야는 아예 투표를 하지 않거나 타민족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극단적인 현상도 나타날 수도 있다.
더욱이 이 지역의 한인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 7,043명 중에서 1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일반적으로 시의원 선거에서 투표율이 50%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인 유권자의 표는 당락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어바인 시와는 달리 부에나팍 제1지구에서 한인 유권자들 표밭은 어쩌면 후보자들에게는 반드시 공략해야 할 ‘산’이다. 이 산을 넘지 못하면 시의원 당선 가능성이 그만큼 멀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꾸어 말하면 이 지역 한인 유권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아시안 표를 비롯한 타민족 표를 어느 정도 흡수하면 당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체 유권자의 33% 가량이 아시안들로 포진되어 있어 정계 입문을 꿈꾸는 아시안 ‘정치 초년생’에게는 탐나는 곳이기도 하다. 현역 버지니아 반 시의원이 재선 출마를 해도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두 명의 한인후보 출마 선언은 더 더욱 안타깝다. 이 지역에서 1명의 한인후보가 나오면 당선 가능성이 있는 반면 2명이 출마하면 낙선 가능성이 높아 정재준, 박영선 씨가 합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단일화하지 않을 경우 ‘승산 없는 싸움’에 한인 커뮤니티의 돈과 시간을 낭비할 공산이 크다. 또 OC 한인사회가 양분되어 서로 반목하는 형국이 될까봐 우려되고 있다.
부에나팍 시에는 한인 비즈니스가 계속해서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인인구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부에나팍에서 한인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시의원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OC 선거구 중에서 한인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 중의 하나로 단일 한인후보가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부에나팍 제 1지구’에 한인후보들끼리의 경쟁으로 인해서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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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기 / OC 취재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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