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요즈음 전쟁 분위기에 휩쓸려가고 있다. 지난 달 6일 독일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으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구상을 밝혔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그간 남북문제에서 소외된 한국의 역할을 새 정부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의를 구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사태를 보면 미국과 북한의 격렬한 설전과 무력시위로 한반도의 위기는 어느 때보다 고조되어 있다. 안타까운 현실은 남북 간의 긴장해결을 위한 논의가 한국이 아닌 미, 중, 러에 의하여 주로 이루어져 왔고 현 사태에서도 한국이 협의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국민과 정부는 현실을 직시하고 대처할 방법을 찾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지만 당사자가 아닌 방관자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최근의 국무회의 석상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방안과 관련, 무력감을 토로한 적이 있다. 한국은 눈부신 경제적인 발전은 하였지만 국가안보 면에서는 너무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있었다.

그간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평화를 추구하며 북한에 경제적인 지원을 하여 통일시 남북 간 경제적 차이로 인한 갈등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와 함께 같은 민족인데 설마 남쪽에 해가 되게 하겠느냐는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및 일련의 핵실험으로 긴장감은 고조되고, 북한의 괌 주변 미사일 발사계획 발표에 미국이 북한 선제타격 계획으로 대응하면서 전쟁 전야의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전쟁은 북미 간이지 한국과는 무관하며 모든 책임과 희생은 미국에서 할 것이라는 안이한 발상이 팽배한 것 같다.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의 저의는 미국이 한국에서 손을 떼는 것임을 알아야 하고, 힘을 기르기도 전에 자주국방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미 지난 정권에서 자주국방을 위해 전시작전권 환수를 추진하다가 미국이 미군 철수정책을 발표하자 전작권 환수시한을 계속 연기해 달라고 요청해온 경험이 있다.

만약 전쟁이 발발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의 대비는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쟁억제 수단으로 전술핵 재배치나 핵무기 개발은 미국과의 공조를 이끌어내 서둘러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갖고 있다.

서울시 통계에 의하면 2017년 1/4분기 서울 인구는 1,020만명으로 이 많은 인구를 만약의 사태에 피난시킬 수 있는 계획을 정부가 세우고는 있는 건지 불안하기만 하다.

어차피 대규모 이동은 안될 일이므로 국민 각자가 알아서 할 문제이며, 전쟁이 일어나면 서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니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불안한 믿음에 의존한다면 너무 나약한 자세가 될 것이다.

촛불의 동력로 출범한 새 정부에 국민들은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국민들은 어떤 자들에게 관직을 주기 위해 촛불을 든 것이 아니다.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는 일념으로 힘겹게 이룬 정권교체이다. 지도자들은 구태의연한 개인적 그리고 당파적인 이기적 자세에서 벗어나 국민의 안전과 복지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국민과 정부는 남북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및 대응방법에 잘못이 있음을 깨닫고 국가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국민들은 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힘을 모아 주어야 하겠다.

<이서희 / 전 LA 민주평통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