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 수집가, 장렬왕후 어보 반환소송 패소
▶ “구입처인 VA법은 도난품 소유권 인정 안돼”
문화재 수집가인 정모씨는 지난해 1월30일 미국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라이브 옥셔니어스(liveauctioneers)’에서 ‘일본 석재 거북’을 낙찰 받았다. 조선 왕실의 어보란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낙찰가는 9천500달러였다.
그해 3월 정씨는 이 석재 거북을 한국으로 반입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거북은 인조의 계비(繼妃)인 장렬왕후(莊烈王后) 어보로 확인 됐다.
정씨는 9월 국립고궁박물관에 어보 매도 신청을 접수했다. 유물 구입 심의를 위해 국립고궁박물관과 유물 임시보관증 및 인수인계서를 작성한 후 장렬왕후 어보를 국립고궁박물관에 맡겼다. 매도 희망가로 2억5000만 원을 적었다.
어보를 심의한 박물관은 도난품으로 확인되면서 매입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반환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어보는 숙종 2년인 1676년 장렬왕후 조 씨에 ‘휘헌(徽獻)’이라는 존호를 올리기 위해 제작된 것이었다. 그동안 다른 어보들과 함께 종묘에 봉안돼 관리돼오다 6·25 전쟁 당시 도난당했다.
이에 정씨는 어보를 반환하거나 매수 대금 2억5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정부를 상대로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는 지난 30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 이유는 정 씨가 어보를 구입한 버지니아 주의 법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미국 버지니아 주의 법률은 도난품을 취득한 경우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비록 경매 사이트에서 낙찰 받았다 하더라도 버지니아 주법에 따라 정씨는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우리 민법에는 도난품이라도 경매나 공개시장 등에서 선의로 구입할 때는 원래 소유자가 그 대가를 변상하고 물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어보 취득 과정에 버지니아 주법이 적용되는 이상 정씨에게 다른 재산권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어보는 조선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신물이고 다른 일반적인 문화재보다 역사적 가치가 크다”며 “국가로서는 어보를 확보해 보존·관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는 점 등을 비춰보면 국립고궁박물관이 정씨에게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반환을 거부하는 것이 불법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씨는 보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어보를 돌려받지도 못하게 돼 가슴을 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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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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