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개월 전 황당한 범죄피해를 당했다. 비자 크레딧카드에 내가 결제하지 않은 250달러가 청구된 사실을 발견했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누군가 애플 앱스토어에서 나의 ID로 해당 금액만큼 앱(App) 들을 구입했고 아이튠스에 등록된 크레딧카드에 돈이 청구된 것이었다. 분을 삭이며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애플측에 연락을 취했고 문제의 거래들은 내가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일주일이 넘도록 애플측 담당자와 매일 이메일을 주고 받은 끝에 간신히 크레딧카드에 부과된 250달러를 떨쳐낼 수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서둘러 아이튠스 패스워드를 바꿨다. 이 일이 있은 후 하루에도 몇 번씩 크레딧카드와 은행 사이트를 통해 내 구좌에 들어가 모르는 거래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해킹’ ‘이메일 피싱’ ‘사이버 범죄’ 등의 말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다. 개인도, 스몰 비즈니스도, 대기업도, 정부기관도 해커들의 표적이 되고 있으며 실제로 시도 때도 없이 해킹이나 이메일 피싱 등으로 인한 피해를 당한다. 이 같은 사이버 범죄로 수백만명, 수천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천문학적인 금전손실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루종일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끼고 사는 요즘 우리 모두 해킹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아무리 돈과 시간을 투자해 컴퓨터 보안 시스템을 강화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례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심지어 일부 대기업이나 정부기관 마저도 자신들의 전산망이 해킹당한 사실을 한참 지난 후에 발견할 정도로 해커들의 능력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카드번호가 유출돼 수백달러, 수천달러가 청구됐다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요즘은 해킹을 당해 고통받는 스몰 비즈니스도 늘었다고 한다.
지난달 한 한인 경제단체 주최로 열린 해킹 범죄 관련 세미나에 강사로 나온 연방국세청(IRS) 수사관은 “해커 입장에서 리스크는 적고, 이득은 크다는 이유로 중소형 비즈니스를 겨냥하는 사례가 늘어 최근 해킹 범죄의 71%가 중소기업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며 “보다 심각한 문제는 해킹 공격을 받은 중소형 비즈니스의 60%가 6개월 이내에 폐업한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기술적으로 이렇다 할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해킹 범죄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오히려 이 같은 범죄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보안 솔루션들이 범죄에 악용되거나 우습게 우회된다는 사실이 각종 보고서를 통해 알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해킹 범죄는 어느 정도 예방은 가능하지만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주 들락거리는 온라인 어카운트 ID나 패스워드는 글자와 숫자, 심벌이 뒤섞인 복잡한 것을 사용하고 미심쩍은 이메일은 아예 열어볼 생각 말고 그 자리에서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피해 가능성을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민감한 고객관련 정보를 다루는 비즈니스들은 요즘 뜨고 있는 사이버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해킹 범죄는 모두 ‘개인정보’를 이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개인정보를 철저히 관리해야 할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범죄 예방이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예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후대처’라고 생각된다. 효과적인 사후대처를 위해서는 내가 피해를 당한 사실을 최대한 빨리 발견해야 한다. 누군가 내 카드번호를 훔쳐 1만달러를 쓴 것보다는 100달러를 긁은 것이 훨씬 해결하기 쉬울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컴퓨터가 옆에 있는 한 수시로 크레딧카드와 은행 구좌를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마음이 놓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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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훈 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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