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김창현 기자
흔히 인생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한다. 천천히 올라가다 꼭짓점에서 한없이 떨어지는 듯하나 이내 다시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롤러코스터의 가파른 오르막 선로를 '출발점'이라고 하면, 개그맨 윤정수(45)는 이제 출발점을 지나 또 다른 출발점에 서 있다.
1990년대 제1의 전성기를 누렸던 윤정수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가상 결혼 프로그램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이하 '님과 함께2')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개그맨 후배 김숙(42)과 무려 2년여간 가상 부부로 호흡을 맞춘 그는 '쇼윈도 부부'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파산의 아이콘'에서 '재기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그를 옭아매던 빚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위한 밑거름이 됐다.
추석 황금연휴의 마지막, 스타뉴스 '밥한끼합시다'의 주인공은 윤정수다. 서울 강서구의 한 감자탕집에서 만난 윤정수는 특유의 넉살로 먼저 대화를 이끌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고 중얼거리면서도 금세 뼈를 들고 고기를 발라먹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얼마 전 '님과 함께2'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면서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출연해서 진솔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어요. 파산 얘기도 다시 꺼냈고요.
▶돈으로 거지가 된 것은 부끄러운 일은 아니니까요. 힘들기만 할 뿐이죠. 아~제가 출연했을 때 시청률 최고 찍은 거 아세요? 정말 기분 좋더라고요.
-'휴먼 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역전의 명수'라고 표현하던데요. 그 타이틀 마음 드나요?
▶아니요. 저는 반전을 좋아하지 않아요. 하하하. 철저한 기획을 좋아합니다. 하하. 전 제 삶에 만족하고 살았어요. 제가 금전적으로 어려웠을 때도 심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제가 힘들게 산 얘길 누군가에게 하면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이 더러 있더라고요. 그럴 땐 '뭐야 난 괜찮았는데, 내가 이것밖에 안 됐나. 힘들게 살았는데 그것도 모르고 살았나'고 오히려 놀랄 수 있거든요. 전 힘듦을 자각하지 않았어요. 저보다 힘들게 산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거든요. 돈 때문에 바닥을 친 사람도 봤고, 자살한 사람도 봤거든요.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제가 힘들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그래도 관리비 체납으로 집에서 단수까지 됐을 땐 좀 힘들었을 것 같아요.
▶3개월 관리비를 못 내니까 아파트 차원에선 어쩔 수 없었어요. 15일 정도 지난 다음에야 돈을 구해서 냈죠. 그 사이 너무 불편했어요. 같이 살던 어머니에게도 너무 죄송했고요. 그런 모습 안 보이려고 어머니는 시골 외삼촌 댁에 내려보냈었죠. 어머니가 이제 돌아가셨으니 지난날을 생각해보면 더 안타까워요.
-윤정수 씨처럼 보증을 잘못 섰다가 피해를 보는 일이 더러 있어요.
▶그냥 멍 놓고 있으면 안 돼요. 이젠 불안해서 전세로 못 살겠어요. 보증금도 많이 못 넣겠고요. (보증금) 안 돌려주면 어떡할 거야. 법적으로 받을 수 있겠지만 경매하면 6~9개월인데, 전 너무 많이 해봤거든요. 그 6~9개월 안에 우린 말라 죽는 거죠. 월세가 세도 월세 내고 살고 싶어요. 지금 집도 월세에요.
-파산 전후 뭐가 많이 달라졌나요?
▶안타까운 얘기긴 한데, 남의 말을 잘 못 믿겠어요. 큰 기대를 안 갖게 되더라고요. 예측만 하죠. 그러면 준비를 좀 할 수 있으니까, 극한 상황은 안 생겨요.
-빚은 많이 갚았나요?
▶85% 정도 갚았어요. 세금이 아직 남아있죠. 꽤 많이 벌었으니까. 하하하.
-빚도 거의 청산했는데, 뿌듯하진 않나요? '나 윤정수가 해냈다' 이런 거…
▶전혀 없습니다. '다행이다' 정도에요. 앞으로 더 살아가야 할 날들이 있잖아요. 또 저와 일원이 될 가족과 잘 살아 가냐 할 일도 남았고요. 혼자 쭉 살 수도 있지만요. 어쨌든 그렇게 보면 아직 반도 시작 안 한거죠.
<스타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착하게 살면 이용당하고 사는게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입니다..나는 이런현실이 너무 싫어요. 사기꾼들이 잘사는세상..정말 아이러니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