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 베르나딘’프로페셔널 셰프 정재은씨
▶ 23일·내달 3일 스토리 코스 정식 행사
“단지 음식만 만드는 요리사가 아니라 음식에 제 이야기를 담아 손님들에게 전하고 싶어요.”맨하탄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르 베르나딘’의 프로페셔널 셰프인 정재은(사진)씨는 기존에 볼 수 없던 형식인 ‘스토리 코스’로 손님들과 만나고 있다.
한국에서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요리와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번역회사에서 일하던 정씨는 어느 날부터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식도락이 취미였던 그녀는 요리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지만 당시 식당을 운영하던 어머니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2009년 요리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의 입학허가를 받고 유학길에 오르던 순간까지도 어머니와의 관계는 결국 회복하지 못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뉴욕에 도착했지만 요리사의 꿈을 이루기까지 꾸준히 요리 실력을 연마했고 재학시절 뉴올리언스의 유명 요리사인 존 베쉬의 레스토랑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부터는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뉴올리언스에서 4년 동안 일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당시 음식 팝업 스토어 사업을 준비하던 브라이언 보데닉씨를 만났고 미국의 각 지역을 돌면서 한식 메뉴를 소개할 기회도 얻었다. 이후 요리사가 되기까지 정씨가 겪은 사연을 알게 된 동료와 지인들이 음식 팝업 스토어에 그녀의 이야기를 얹는 형식을 진행해 볼 것을 추천했다
. 인턴과정을 마치고 뉴욕의 ‘르 베르나딘’에 취직한 정씨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자인 아담 캔터, 작곡가인 벤지 파섹, 브라이언 보데닉, 작가 정한솔씨와 다소 생소하지만 ‘스토리 코스’라는 형식의 메뉴를 준비했다.
어머니와의 관계를 비유한 ‘호랑이를 어떻게 안을까(How Do You Hug a Tiger)’란 제목의 첫 스토리 코스는 칠절판, 생선, 고추장 삼겹살과 토마토 김치 및 구운 무화과, 비빔밥, 프라이드치킨, 바나나 디저트로 구성해 손님들이 요리와 함께 제공되는 대본을 직접 읽으며 정씨의 이야기를 음식과 더불어 즐길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요리 코스의 마무리는 현장에 숨어있던 가수가 깜짝 등장해 그녀의 삶을 가사로 쓴 노래를 부른 뒤 주방에 있던 정씨가 관객과 만나 인사하며 끝을 맺는다. 정씨는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보이던 분들도 있었고 잊지 못할 시간을 선사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나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공유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음식으로 하게 돼 요리사로서도 기쁘다”고 말했다.
7월에 첫 선보인 스토리 코스 웍샵이 성황리에 마무리된 것을 계기로 이달 23일과 내달 3일 두 차례에 걸쳐 정식으로 열릴 행사는 이미 표가 다 매진됐지만 정씨는 내년 1월부터는 장기 프로젝트로 더 많은 손님들과 만나겠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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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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