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루터 예수와 루터](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7/10/29/20171029191239591.jpg)
장익근 목사
1517년 10월 31일 독일의 루터가 면죄부 판매의 부당성과 로마 교황청의 오류를 비판하며 종교개혁이 시작된지 500년이 됐다.
유대인들은 마카비 시대가 끝날 무렵 BC 63년에 로마에 다시 정복당하였다. 그들은 가혹한 탄압 밑에서 분노와 좌절 속에 허덕이고 있었다. 로마의 힘을 이용한 제사장들이 유대 율법을 빙자해서 백성들의 피를 빨아 먹는 면죄부 판매와 같은 번제물을 더욱 강요하고 있었다. 로마 군인들이 지켜주는 예루살렘 성전 마당에서는 번제물을 사고팔고 있었다.
요한복음 2장에 보면 예수가 군중 속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뒤엎어 버린다. 바로 살찐 제사장들의 권위와 밥줄을 끊어버린 혁명이었다. 1789년 불란서 혁명도, 살찐 왕족들과 부패한 사제들을 향한 항쟁이었다.
일제 식민지하에서, 삶을 약탈당한 우리 민족은 신앙을 영적인 삶으로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언제나 피안적인 것만 강조하게 되었고 현실 도피적인 종교생활을 해왔다.
그러다 6.25의 뼈아픈 비극을 겪었다. 그때의 비명소리는 “주님 폭탄만은 면하게 해 주십시오” “나는 죽어도 내 새끼만은 살려 주십시오” 그렇게 밖에 기도할 수 없었던 참담한 시대였다.
춥고 배고팠던 부산 피난시절, 어쩌다 부흥목사가 와서 “천국에 가면 길가에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는 환상적인 말에 침을 흘리면서 열광했었는데 7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기독교의 탈을 쓰고 무속신앙으로 범벅이 된 언어가 지금도 공동체 속으로 깊이 파고 들고 있다. “목사를 내 쫓더니 암 걸려 죽었다” “십일조 내면 암에 안 걸린다” “예수 잘 믿으면 고속도로에서 펑크 안 난다” 이런 말을 듣고 열광하는 대형교회 신도들 중에는 박사들도 있다.
6.25 생사의 갈림길에서 하나는 남고 하나는 없어져야한다는 처절하고 잔인했던 이분법적 편협한 인식이 점차 순화 되어가고 있다. 흑백이라는 절대인식에서 상대의 사회로, 좌파 우파가 아니라 함께 살아야하는 공존하는 사회로 성숙하고 있다.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는 원시언어에서 이제는 해방되어야한다. 우리 가족을 죽인 적개심과 증오를 내포한 빨갱이라는 70년 전의 언어는 이미 원시언어가 된지 오래다. 원시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원시인이다. 21세기가 들어서면서 세계는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는 열린사회, 상대의 사회에서 다양한 가치로 함께 살아가는 다원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원죄의 쇠사슬에 묶여 바쳐진 오늘의 교회 헌금이 면죄부를 팔아서 부패하고 살찐 사제들을 양산했던 500년 전과 무엇이 다른가? 안병무의 말을 빌리면 오늘의 교회의 행태가 거미줄을 쳐놓고 숨어서 모기나 파리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사악한 거미와 같다고 하였다.
구원파적 맹목적 순종을 강요하는 대형교회들은 권위주의적으로 길들여진 공동체 안에서 건강한 비판을 저버리고 고립되어 가고 있다. 이북처럼 3대째 세습하는 교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마태 25장40절에 내 이웃을 사랑하고 믿지 못하는 자는 예수를 믿고 사랑할 자격이 없다고 하였다. 함석헌 어록에서 종교는 내 영혼의 보장을 포기하는 것이며 기도는 비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라 하였다. 기도는 자신이 가장 낮은 자리에 앉아보는 시간이며 공동체 안에서 서로 사랑의 교감을 체험하는 행위다. 하나님을 힘으로 끌어내려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시간이 아니다.
면죄부를 팔아먹는 사악한 거미집단에 헌금하면 인간의 존엄에 침 뱉는 공범자가 된다. 종교가 살아야 민족정신이 살아나고 우리의 혼이 깨어나야 통일의 길도 열린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첫 시작의 하나는 책임 있게 내가 헌금하는 대상이 거룩한 공동체인지 잘 가려서 판단하는 길이다. 두 번째는 죄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하는 일이다.
우주속의 먼지만한 46억 년 된 지구위에 소중한 생명으로 태어난 것만도 벅찰 뿐이다. 감사의 찬송 속에서 세상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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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익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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