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뉴욕시 정부가 아마존 제2본사 유치를 위한 입찰 제안서를 내던 18일만 해도 뉴욕에 살고 있는 나는 뉴욕이, 특히 집도 직장도 있는 퀸즈 롱아일랜드 시티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롱아일랜드 시티 경우 라과디아 공항과 JFK 국제공항에서 각각 15분, 45분 이내 접근성이 보장되고 LIRR과 7번을 비롯 다양한 전철 노선이 있으니 선택조건을 여러모로 갖췄다 싶었던 것이다.
맨하탄 미드타운 웨스트, 로어 맨하탄 파이낸셜 디스트릭, 퀸즈 롱아일랜드 시티, 브루클린 트라이앵글(덤보, 네이비 야드, 다운타운) 등 4곳의 후보지를 낸 뉴욕시 정부는 당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비롯, 맨하탄 주요건물과 장소에 아마존 로고색인 오렌지 조명으로 불을 밝힐 정도로 입찰에 높은 의욕을 보였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세계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지난 9월 북미지역 제2본사 건설안을 발표하고 최근 입찰 제안서를 마감한 결과 미 전국 238개 도시가 몰렸다고 한다. 뉴저지 뉴왁은 70억달러 규모의 세금공제 혜택을, 매사추세츠는 주 전역에 걸쳐 26개소 후보지를, 애리조나주의 피닉스는 도시 이름을 아예 피닉스 아마존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각 도시의 시장들이 직접 나서서 각종 특혜에 세금 감면을 약속하며 치열한 경쟁이 벌이고 있으니 제2본사가 어느 지역으로 결정될 지 잘 모르겠다. 50억달러 투자에 5만개 이상의 잡이 생겨나는 막대한 경제효과를 보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아마존이 무엇이길래 이 난리들인가?
온라인이 주 무대이던 아마존은 올 8월28일 유기농 마켓 홀푸드를 사들여 대대적 할인행사를 실시하면서 온·오프라인으로 종횡무진 고객층을 흡수 중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는 아마존을 만든 제프 베조스라는 인물은 뭔 복이 많아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아마존에 목매게 하고 있는 것일까.
베조스는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한 후 월가 펀드매니저로 연봉 100만달러 이상을 받던 잘 나가는 젊은이였다. 1990년 최초의 웹브라우저인 월드와이드웹이 대중에서 알려지면서 인터넷 시대가 열렸고 1994년 ‘인터넷 사용량이 연간 200~300%씩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것이 그로 하여금 창업을 하게 했다.
베조스는 인터넷 사용자를 대상으로 무엇을 할까 생각했고 “내 나이 80이 되었을 때 과연 무엇을 후회할 것인가. 아마도 도전하지 않은 것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1994년 월가를 떠나 시애틀 자신의 차고에 회사를 차렸다. 인터넷 상거래 첫 제품을 서적으로 결정, 친척과 친구의 투자금으로 1995년 7월 아마존의 첫 발을 디뎠다.
그리고 20여년 만에 사람들의 샤핑, 독서 습관을 완전히 바꾼 베조스는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IT 업계의 거장이 되었다. 죽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진정 하고 싶은 것을 한 결과이다.
당신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가? 사색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이가 매일 계산대에서 돈 계산을 하는가? 노래하고 싶고 재능도 있는 이가 매일 주방에서 새우를 까느라 손가락이 퉁퉁 붓는가?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천직인 줄 알았던 이가 세탁소에서 매일 물빨래 하느라 허리가 아픈가?
이 나이에, 먹고 사는 것이 절박한 이 상황에, 하고 미리 포기하지 말자. 어떻게든지 퇴근 후 잠들기 전 두 시간, 주말 쉬는 시간에 TV와 한국 드라마에 빠져있지 말고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을 시작해 보자. 1년 후, 5년 후, 10년 후 자신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성공하지 못하면 어떤가. 실패하면 어떤가. 제프 베조스처럼 큰 인물 근처에는 못가더라도 내 삶이 한결 풍요로워진 것을 느낄 것이다, 아마, 죽을 때 후회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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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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