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탁현 카운슬러
상담 받으시는 분들 중에 “저는 사람을 잘 봐요”라고 말하시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이런 분들은 상대의 생각이 무엇이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안다고 믿는다.
물론 100% 다 맞는 건 아니지만 많은 부분 그 생각이 맞곤 한다. 긍정적인 부분에서 이런 분들은 다른 사람을 잘 보고 또 그 필요를 채워주지만, 부정적으로는 남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쉽게 판단하곤 한다.
이런 분들은 특징은 첫째로 삶의 아픔이 많다는 것이다. 지나간 자신들의 삶의 상흔이 다른 사람들의 비슷한 작은 상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만든다. 그러기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재빨리 파악하고 필요를 채울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런 행동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센스 있다’는 말이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칭찬을 듣게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소위 이런 센스 있는 행동들이 자기 자신이 그러한 상처를 받았을 때, 누군가로부터 받고 싶어 했던 말이나 행동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배려가 남의 상처를 치료하거나 어떠한 도움을 줄지는 몰라도, 내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는 자신의 상처를 치료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삶의 큰일이나 역경을 겪지 않고서는 자신들이 어떤 상처를 가지고 살아 왔는지, 또 그것이 자신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잘 알아채지 못한다. 그래서 보통 본인들의 상처를 보려 하지 않고, “그저 괜찮다” 또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아픔은 알게 모르게 계속해서 삶에 영향을 준다.
두 번째로 이런 분들의 특징은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하신다. 이런 상황에선 상대방의 작은 반응에도 매우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듯이 도와주고 최선을 다해 섬기다가도 상대가 자신의 기대와 다른 반응이 나오게 되면 그 상대방과 거리를 두거나 피함으로써 자신을 방어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남을 잘 안다”라고 이야기 하는 분들은 상황을 계속 통제하려 하거나 조정하고 싶어 한다. 그 가운데 나의 감정과 생각은 중요하게 되고 남의 감정은 무시되곤 한다.
사실 모든 문제는 나의 문제로부터 시작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의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지 아니면 그 상처의 존재를 부정하는데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고통스런 자신의 내면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때론 자신이 보기 싫은 어두움이나 상처를 직면해 아프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하루에도 여러 명과 만나며 상담을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내 안에 보지 못한 상처가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러나 ‘그들의 문제를 안다’라고 생각하고 나의 아픔을 외면했을 때, 나와 상담을 받는 사람과의 관계가 피상적으로 된다는 걸 알아차렸다.
개인적으로 상담하는 것은 그냥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고 진심을 다해 듣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을 위해 때론 나의 보기 싫은 내면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아픔과 대면하고 다룰 수 있을 때 거기서 나뿐만 아니라 나에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변화는 시작된다고 믿는다. ‘사람을 잘 본다’고 표현하기 보단 ‘내 마음을 잘 본다’라고 늘 이야기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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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탁현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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