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심장을 조국 폴란드에” 유언 따라, 프랑스서 알코올 병에 넣어서 보내
▶ 130년 보존 쇼팽의 심장‘결핵합병증’결론

사망하던 해인 1849년의 프레데릭 쇼팽. 그의 사인은 결핵 합병증으로 밝혀졌다. [사진 Bettmann Archive]
피아노의 시인이며 유명한 작곡가 프레데릭 쇼팽(Frederic Chopin)의 사인이 결핵 합병증이었다는 사실이 최근 그의 심장을 연구한 학자들에 의해 확인됐다.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쇼팽은 늘 조국을 그리워했으며 죽을 때 자신의 심장만은 폴란드로 보내달라고 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실제로 사후 쇼팽의 심장은 몸에서 적출돼 알코올이 든 수정병에 담겨 바르샤바로 보내졌고, 바르샤바의 성십자가 성당(Holy Cross Church)의 돌기둥 안에 봉인됐으며, 지금도 이를 찾는 추모객과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프레데릭 쇼핑의 사인에 대한 면밀한 관찰’(A Closer Look at Frederic Chopin’s Cause of Death)이란 제목으로 미국 의학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3년여전 실시된 검사의 결과를 보고한 것이다.
이 연구에 의하면 쇼팽의 심장은 다갈색 용액에 잠겨있었으며 그 용액은 조직 보존에 흔히 사용되는 코냑인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그 용기를 열지는 않고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쇼팽의 심장은 거대하게 확장되고 헐렁한 모양이었다고 보고했다. 또한 심장은 표면에 서리가 내린 듯 흰 물질이 덮여있었는데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쇼팽이 결핵으로 인해 심장주변 조직이 염증을 일으키는 심막염을 앓았던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전에 나온 이론들은 낭포성 섬유증을 사인으로 보았다.
1849년 파리에서 39세의 나이로 사망한 쇼팽은 죽기 직전 누이에게 자신의 몸을 열고 심장을 꺼내 바르샤바로 보내달라고 부탁한 후 숨을 거뒀다. 당시 의사들은 사인을 그가 몇 달 전 진단받은 결핵이라고 발표하고 사망 진단서를 발급했으나 뭔가가 미심쩍었는지 부검을 실시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질병’으로 사망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을 부검 기록에 남겼는데 그 부검 기록이 사라졌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음모론’이 있어왔다.
쇼팽의 심장은 수정병에 담겨 봉인된 채 당시 러시아 지배하의 폴란드 지역으로 숨겨 들어갔고 성십자가 교회에 안치할 수 있었다. 1944년 바르샤바 봉기 때 이 지역을 점령한 독일군은 쇼팽이 국민적 영웅인 점을 불편하게 여겨 그의 음악을 연주하지 못하도록 했고, 교회에서 그의 심장이 든 병을 꺼내 SS 친위대장 에리히 폰 뎀 바흐-젤레프스키의 본부로 가져가 보관했던 적이 있다. 2차 대전이 끝난 1945년 쇼팽의 심장은 다시 교회로 돌아와 성대한 재안치식과 함께 돌기둥 안에 봉인됐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2014년 4월14일 저녁, 일단의 폴란드 과학자들과 교회 관계자들 및 쇼팽 학회의 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학자들은 쇼팽의 심장이 든 수정항아리를 꺼내 그 안에 든 것을 육안으로 검사했다. 그 얼마 후 AP 통신이 보도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비로운 분위기가 방안을 가득 채웠고, 사람들의 말소리는 거의 속삭임이었으며, 완전히 정신을 집중한 가운데 심장을 꺼내놓고 검사하기 시작했다. 사진을 1,000장 넘게 찍었고, 항아리는 용액 증발을 막기 위해 뜨거운 왁스칠을 해두었다”
이때 육안 검사만 하고 심장의 조직 및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은 쇼팽 누이의 후손은 물론이고 폴란드의 추기경, 쇼팽협회 회장 등 거의 모두가 완강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쇼팽의 심장이 담긴 수정 병은 다시 성십자가 교회 기둥에 봉인됐고, 수정병에는 “2064년까지 건들지 말 것”이라는 권고문이 붙었다.
이 의식에 참여했던 학자의 한사람인 닥터 타데우스 도보츠는 “아주 숭고한 영혼이 가득한 밤이었다”고 회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폴란드 연구팀의 선임연구원 닥터 미칼 위트는 “쇼팽의 심장은 폴란드라는 나라의 정체성의 상징이며, 폴란드인들에게 특별한 정서적 가치를 지닌 보물”이라고 말했다.
한편 심장이 제거된 쇼팽의 사체는 파리의 페레 라셰이즈 묘지에 묻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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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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