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지내던 옛 동료인 재키와 며칠 전 통화를 하였다. 수인사가 끝나자마자 재키는 이웃집과의 분쟁에 대한 하소연을 쏟아놓기 시작했다. LA 교외에 사는 그의 집은 뒤편으로 언덕이 넓게 펼쳐져 있어서 대지가 어림잡아 한 에이커는 될만하다. 이웃은 중동계 부자인데, 언덕위로 두 집 사이에 울타리를 세우면서 재키의 대지로 2피트쯤 들어왔다는 것이다.
몇번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합의를 못 보았다면서, 재키 내외는 법적 대응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재키의 경우는 이웃 간에 일어난 땅 문제이다. 우리집 옆 동네에서는 주택가 끝자락 조그만 공터에 3년에 걸쳐 2,000 유닛의 임대 아파트를 짓고, 새 주민들이 입주중이다. 가뜩이나 교통량이 많아서 혼잡한지역에서 앞으로 2,000~4,000대의 자동차가 새로 쏟아져 나올 것이고 보면, 출퇴근시간에 한시간을 더 도로 위에서 보내야 할 것이라고 근처 주민들은 푸념을 하고 있다.
이왕 다세대 아파트를 지으려면 탁 트인 대지에 널찍한 길을 낼 수 있는 터를 고를 것이지, 왜 대지도 작고 주변의 길도 좁은 지역에 큰 건물을 짓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대답은 뻔하다. 그런 조건에 맞는 땅이 더 이상 인근에 없기 때문이다.
부족한 땅 사정은 주택건설에 한한 문제가 아니다. 프리웨이나 시내 도로에서 교통체증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고 있을 때에는 ‘현재 있는 차선을 두배로 늘려야 한다’는 ‘묘안’에는 모두 찬성하지만, 곧 차선을 넓힐 땅이 없다는 현실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결론적으로 일상에서 마주치는 많은 불편한 문제에 공통적으로 내재하는 원인은 같다. 이용 가능한 땅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 넓은 땅을 차지하려는 욕심은 아마 까마득한 옛날부터 있었고, 이 욕심은 가족 간에, 부족 간에 수없이 많은 분쟁의 원인이 되었었다. 국가 간에 전쟁을 일으키는 근본원인이 영토분쟁이었다는 것은 역사 전공이 아닌 사람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현재 땅 때문에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 나라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대표적이다.
대학원 시절 같은 반 이스라엘 학생이 이스라엘 땅의 정통소유자는 유태인이며, 이웃 팔레스타인인들과의 영토 전쟁은 곧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장담하던 기억이 난다. 벌써 40년 전 얘기인데, 아직도 그곳에서는 유태인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땅 소유의 정통성을 놓고 싸우고 있다.
‘영토 분쟁’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현재 전 세계에서 동일한 땅을 놓고 국가 간 분쟁이 계속 되는 곳이 거의 200군데나 된다. 그중에는 남한과 북한, 한국과 일본, 일본과 중국,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에서만 50여개의 국가 간 분쟁이 미해결 상태로 있다.
땅 싸움은 제로섬 게임이다. 한편에서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땅을 늘리면 다른 쪽의 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비행기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사람 사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 산악지역, 들판이 넓게 펼쳐져있다. 왜 이런 곳에 널찍하게 터를 잡아 집을 짓고, 도시를 건설해서 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 곧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황하문명, 나일강 문명처럼 강물이 있어야 사람들이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지구상 모든 인구가 땅 싸움을 하지 않고 사이좋은 이웃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아무래도 사람이 살 수 있는 제 2의 지구를 찾아내는 것이 해답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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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진 / 교육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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