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레이븐, 행복지수 10점 만점에 8.3 최고
▶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 의식과 자족...범죄율 최저, 늘 흐리고 비오는 풍경도 아름답다는 마음의 여유
크레이븐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 스킵턴의 메인 스트릿. 늘 흐린 날씨에 비가 잦지만 비 오는 광경이 아름답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스킵턴 시내를 가로지르는 운하를 떠다니는 오리와 백조에게 먹이를 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춥고 가난하고 촌스럽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영국에서 가장 행복한 곳으로 조사된 크레이븐 지역의 중심 도시 스킵턴 거리의 풍경.
영국의 경기는 침체를 못 벗어나고 있다. 유럽연합(EU) 탈퇴에 관한 대화는 아직도 계속 중이다. 장관들의 사퇴와 섹스 스캔들에 휘말린 정부는 혼란에 빠진 상태다 - 이처럼 전국을 휘감고 있는 침울한 그림자가 영국의 북부 크레이븐 지역만은 비껴간 듯 보인다. 최근 집계된 서베이 결과에 의하면 요크셔 지방 크레이븐이 영국에서 가장 행복한 마을로 선정되었다.
전국 통계오피스(ONS)가 매년 발표하는 주민들의 행복 및 웰빙지수 조사보고서에서 이 지역이 행복지수 10점 만점에서 8.3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전국 평균은 7.5, 최하는 7.1을 받은 런던 교외지역 울버햄프턴이었다.
그런데 크레이븐이 영국 전체에서 가장 행복한 곳으로 선정되었다는 뉴스에 이 지역 주민들을 포함한 전국이 “정말?”하며 깜짝 놀라는 표정이다. 크레이븐에서 가장 큰 마을인 인구 1만5,000명의 스킵턴 시장 앤드루 랜킨도 놀랐다고 시인한다. “우린 그저 순리대로 살 뿐이지요. 우린 그냥 우리입니다”
놀란 것은 그만이 아니다. ONS의 연례보고가 발표된 날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의 제목도 충격을 시사했다 : “그 암울한 북부라니! 우리의 가장 행복한 마을이 요크셔에 있다”
영국의 북부는 날씨 춥고 가난하며, 남부보다 덜 세련된 것으로 간주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스테레오 타입은 바뀌고 있는 중이다. 노스요크셔의 컨트리 퍼브(pub, 대중적 술집) ‘블랙 스완’은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여행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에 올라온 평가에 의해 세계 최고 레스토랑으로 꼽히기도 했다.
2016년 4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실시된 서베이는 ‘생활 만족도’를 측정하는 설문으로 되어 있다. “당신이 일상에서 하는 것들이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가, 행복이나 걱정을 느끼는 가” 등이다.
스킵턴의 행복한 주민 중 한명은 세바스티안 패토리니다. 그는 할아버지가 사서 관광명소로 개발해놓은 중세의 성 ‘스킵턴 캐슬’에서 거주한다. (그 사실만으로도 그에겐 행복할 이유가 충분하다!) 처음부터 이곳에 살기가 쉬웠던 것은 아니다. 그가 이곳으로 이주한 것은 1998년, 처음엔 사람들의 무뚝뚝함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직설적인 어투 속에 담긴 친절함을 깨닫게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이젠 그도 이곳을 사랑하게 되었고 이곳 사람들이 떠벌리지 않고 서로를 돌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혼자 살다 자기 집에서 죽는다 해도 곧 누군가가 발견하게 됩니다”
이곳의 삶에 만족하는 또 한 사람은 크레이븐에 치안을 담당하는 제프 크로커 경감이다. 가끔 갱 문제, 중범죄, 양을 훔쳐 잡아먹는 범죄 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은 영국 전체에서 범죄율이 가장 낮은 지역이다. 1년에 인구 1,000명 당 20건 범죄 발생률로 가장 안전지역 중 하나라고 말하는 크로커 경감에 의하면 경찰업무 중 범죄에 할애하는 시간은 20% 정도로 교통사고 처리 시간보다 낮다.
유치장에 집어넣을 사람이 너무 적어 유치장을 없애고 연행된 사람들은 다른 곳에 숙박시키는 것이 비용 면에서 훨씬 효과적으로 지적될 정도이며 지방 법원은 재판 케이스가 너무 적어 종종 폐쇄 위협을 받고 있다.
이곳 주민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는 최고의 특징은 ‘공동체 의식’이다. 2002년 이곳으로 이주한 타운홀의 프로그램 매니저 대니엘 대글란은 이곳 사람들의 친절은 남부와 달리 ‘순수하다’고 말한다. 지나친 친절이 아닌 “내가 내 자신이 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편안함이라는 것. 쓸데없는 호기심이나 지나친 간섭 없이 서로를 돌본다는 것이다.
삶의 질에 일조하는 것은 영국에서 가장 경치 좋은 전원 마을과 볼턴 수도원같은 아름다운 역사적 명소들이다.
그래도 날씨가 좋아 이곳에 산다는 사람은 없다. 햇볕 좋은 날은 아주 가끔, 늘 흐리고 비가 내린다. “그러나 스킵턴은 다행히도 비가 올 때 너무나 아름다운 곳 중 하나”라고 말하는 랜킨 시장은 “적절하게 비옷을 갖춰 입었다면”이라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크레이븐은 영국 북부 중에선 비교적 여유로운 지역이다. 그러나 은퇴한 변호사 사이먼 마이어스는 이곳의 행복감은 부유함과는 별 연관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스스로 만족하는 자족감,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고 자기 할 일을 다 하며 서로 도우며 사는 것”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며 “멋진 자동차를 살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고 말했다.
스킵턴 타운카운슬의 대표 데이브 파커도 “손뼉 치며 왁자지껄 거리에서 춤추는 것”만이 행복은 아니라면서 소박한 행복을 이야기 했다. “일평생 농부로 사는 한 사람을 보세요. 마을 술집 장작불 앞에 앉아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그가 남의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겠지만 그 자신은 너무, 너무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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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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