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전 아내·딸 살해해 40년형 이강선씨
▶ ‘사랑의 구호기금’ 1천달러 부모 통해 전달
며칠 전, 감옥으로부터 한 전화가 본보에 걸려왔다. 발신자는 버지니아의 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강선(59)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미 육군 중령으로 예편한 7년 전 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복역 중인 인물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전화를 건 사연을 밝혔다.
“제가 감옥에서 한국일보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랑나눔 캠페인을 보고 힘든 한인들을 돕는데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습니다. 죄수 신분이라 직접 갈 수는 없지만 부모님께서 제 대신에 성금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목소리에선 간절함이 묻어났다. 그리고 17일 낮 노부부가 본보를 찾았다. 이강선 씨의 부모인 이기선(85), 정수덕(83)씨였다.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 거주하는 노부부는 교도소로 아들의 면회를 다녀왔다며 1천 달러를 건넸다. 사랑의 구호기금으로 써달라는 아들의 당부도 잊지 않았다.
“아들은 요새 참회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수인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며 하나님만 붙들고 가겠다고 합니다.”
이웃사랑의 따뜻한 마음을 전한 이강선 씨는 2010년 6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참극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버지니아 로턴에 위치한 자택에서 부인과 10대 딸을 살해하고 40년형을 선고 받았다.
중학생이던 1975년 미국에 이민 온 이씨(미국명 Kenston K. Yi)는 클리블랜드 하이츠 고교를 마치고 웨스트포인트(육군사관학교)에 진학했다.
미 육군 장교가 된 그는 주로 펜타곤에서 IT 전문가로 복무했으며 2009년 중령으로 예편했다. 고교 시절부터 교회에 출석하며 ‘믿음의 사람’이었던 그는 버지니아에 거주할 때도 가족과 한인교회에 열심히 출석하며 독실한 신앙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이씨 부부에 따르면 아들에게 불행한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01년 9.11 사태를 겪으면서부터였다.
“당시 테러범들의 비행기가 펜타곤의 아들 사무실 근처에 부딪혀 충돌했어요. 그때 충격을 받아 아들이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지난 참혹한 일도 우울증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을 되짚는 노부부는 참담한 표정이었다.
노부부에 따르면 이씨는 감옥에서 극심한 우울증 증세로 첫 1년간은 먹지도 못하고 폐인 같은 생활을 했다. 그 후 조금씩 나아져 텍사스의 한 신학교에서 통신 강의를 들었으며 지난해에는 목사가 됐다. 요즘은 다른 수인들에게 성경 공부를 시키며 모범적으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한다.
노부부는 “지난 10년을 누구에게도 말 못할 처절한 심정으로 살아왔다”며 “아들이 잘못을 회개하고 하나님의 품 안에서 기도하며 바른 생활을 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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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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