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근 성결교회 목사
담임목사직 세습의 문제로 또 한 번 한국교회와 사회가 시끄럽다.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그 아들 김하나 목사를 후임목사 자리에 앉힌 것이 발단이었다. 명성교회는 10만 성도와 재정규모도 막강한 장로교 최대교회란다. 특히 새벽기도회 목회로 온 세계 기독교계에 큰 주목을 받아 왔고 한국교회의 자랑이었다.
그런데 담임목사직 아들 세습문제로 인하여 그만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교회와 교단 안팎의 반대가 꽤 격렬하다는 소식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혹시 기독교를 작살내려는 악의가 편승하지 않기를 바란다.
미주한인교회에는 담임목사직 세습으로 크게 문제된 사례가 별로 없다. 목사의 자녀들은 대부분 영어권이기 때문에 한국말 교회를 이끌어가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젊은 목사 부족을 생각하면 오히려 세습이라도 해 주면 좋을 형편이다. 백인교회나 흑인교회들에서는 세습의 실패사례도 있지만 성공사례가 더 많다.
한 때 온 세계 교회와 목회자들이 선망했던 로버트 슐러 목사의 수정교회가 대표적 실패사례이다. 그러나 모든 면에 존경을 받는 빌리 그래함 목사의 경우 아들 프랭크가 복음전도회를 이어받아 비교적 무난하게 운영해 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아들이 담임목사직을 이어받은 성공사례가 꽤 많다. 특히 작은 교회들 가운데는 그런 경우가 더 있다.
유의할 대목도 있다. 한국에서는 이단종파들은 대부분 그 최고직위와 막강한 재산을 자녀에게 세습해도 별 말이 없다. 예수님도 아들이 있었으면 당연히 세습목회를 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는 이단교주도 있었다.
열두 제자 가운데는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의 이종사촌들이었다.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도 친척이었다. 구약시대에는 오히려 세습이 권장되었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 그 열두 아들들로 족장의 직분이 계승되었다. 대제사장 아론의 아들들이 부친을 이어 대제사장이 되어야만 했다.
그런데 왜 최근 한국교회에서는 각 교단이 세습금지 결정을 했는가. 심지어 계대목회가 사회적 비난이 되고 있는가. 근원적인 이유는 ‘성직의 타락’이라는 한 마디로 요약된다. 담임목사직은 ‘특권층’으로 이해된다. 그 직위가 초대교회에서처럼 더 이상 힘겹고, 위험하고, 가족희생이 많고, 때로는 순교해야 하는 자리가 아니다.
큰 교회의 당회장 직을 맡으면 금력, 명예욕, 권력욕을 손쉽게 채울 수 있다. 말하자면 ‘왕십자가 지는 자리’여야 할 당회장 직분이 황제의 권좌로 변질되었다. 따라서 ‘내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다.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신의 목숨을 죽여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함이다’(막10:45)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폐기처분되었다.
캐나다 토론토 근교의 민중교회(People’s Church)를 방문한 적이 있다. 6,000명 이상이 주일예배에 참석했다. 그런데 아들이 세습목회를 했다. 원래 선교사 소명을 받고 외국선교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아버지 목사가 은퇴했고, 교회 이사회(당회)에서 후임자로 아들 목사를 결정했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적극 반대했다. 게다가 아들은 더욱 완강한 반대였다. 선교사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는데 어찌 그것을 바꾸겠느냐는 것이었다.
“어디 선교는 다른 나라에 가서만 해야 합니까? 아들 목사님은 우리 교회 안에 계셔서 더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시는 담임목사가 되어 주셔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끌려와 담임목회자가 되었다. 물론 아버지 목사의 영향력은 전혀 없었다. 그런 뒤에 그 교회는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래서 저는 교회 안에 있는 선교사가 되었고, 교회 밖으로 1,000명 넘는 국내외 선교사를 파송하여 후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 담임목사는 건물관리집사보다도 더 허름한 중고차를 타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것이 세습목회라면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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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근 성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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