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고혈압·심혈관계의 주범 지적
▶ 섭취 적은 소수를 일반화 오류, 통념 반하는 연구로 언론 주목
매일의 식생활에서 나트륨의 양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소금은 다양한 방법으로 줄일 수 있다. [그림 Paul Rogers]
어디서는 소금을 줄이라고 하고, 또 어디서는 소금을 줄이면 오히려 건강에 나쁘다고 하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까? 건강 식단을 위한 적정 소금 섭취량에 대한 정보가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오도되기 쉽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소금을 줄이면 건강에 오히려 나쁘다는 주장이 함께 나오는 것이 혼돈을 가중시키는 이유다. 거의 모든 건강 연구는 미국인 대다수가 나트륨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하지만, 어떤 연구는 고혈압 환자들만 소금 섭취를 줄이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쪽이 맞는 것일까? 당연히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구 사회에서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고혈압의 원인이 되고, 고혈압은 곧 심장마비, 뇌졸중, 신장질환의 주원인으로 작용한다. 사실 가정의 부엌과 식탁에서 사용하는 소금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식품 가공업체와 식당들이 사용하는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걸쳐 나트륨 감량 운동이 필요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2018년 중반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영양성분 레이블에 따르면 건강한 미국 성인 한 사람에게 하루 필요한 소금 권장량은 2,300밀리그램 혹은 1 1/8 작은 술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인 한사람이 섭취하는 양은 하루 평균 3,400mg 이상으로, 이 정도는 레스토랑 한 끼 식사에 들어있는 양이다. 즉 수프와 샌드위치를 먹는 단순한 런치만으로도 하루 나트륨을 모두 섭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하루 평균 400mg의 나트륨만 줄여도 연간 2만8,000명의 생명과 70억 달러의 의료비용을 구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미국을 포함한 75개 국가들이 소금 줄이기를 하고 있는데 그런 나라들에서는 고혈압 발병률과 심혈관계 사망률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나트륨은 필수불가결한 영양소라는 것이다. 인간은 바다 생물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인간의 세포는 아직도 짭짤한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신장은 혈중 나트륨 농도를 건강한 범위로 유지시켜주는 대단히 정교한 기계와 같다. 너무 많으면 소변으로 내보내고, 더 필요할 때는 소변에서 재 흡수하여 혈류로 다시 펌프해 보내는 일을 한다. 그런데 만성적으로 과도한 양의 나트륨을 처리하는 신장은 금방 지치게 되고, 혈중 나트륨 수준과 함께 이를 희석시킬 수분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그러면 혈관의 압력은 증가하고 과도한 수분으로 인해 세포가 붓게 된다.
이렇게 자명한 이론에도 불구하고 소금 섭취량의 논쟁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워싱턴 DC의 건강옹호 단체 CSPI의 디렉터 보니 리브만에 따르면 학계에서 ‘터무니없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 한 이유다. 예를 들면 “나트륨 섭취를 하루 1,500mg 이하로 줄이는 것은 건강에 안전하지 않다”는 내용 같은 것이다.
“소금을 아주 적게 섭취하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아프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따라서 식사 양이 적으니 나트륨 섭취가 적은 것인데, 이를 일반에 적용하여 소금을 적게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는 이론을 펴는 것은 허위라고 할 수 있다”고 그녀는 지적했다.
문제는 사회 통념에 반하는 연구 내용이 발표되면 과도한 언론의 조명을 받는다는 것이다. ‘사람이 개를 물었다’ 식의 스토리처럼, 놀라운 결과가 도출된 연구가 나오면 헤드라인으로 뽑히기 마련이라고 리브만은 말했다.
또 하나는 식품과 식당업계의 저항이다. 소비자들이 기존의 레서피와 선택을 바꿀까봐 두려워서 소금 논쟁을 부추기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전개 국면을 보면 소비자가 소금 사용을 줄인다 해도 소금과 식당업계에 부정적인 효과가 없음이 드러나고 있다.
2015년 뉴욕시는 체인 레스토랑들에게 한 서빙에 2,300mg 이상의 나트륨이 포함된 음식은 메뉴에 소금통 아이콘을 붙임으로써 고염분 사실을 표기하도록 했다. 사실 패스트푸드점의 샐러드 한 접시도 그 정도는 쉽게 넘길 수 있기 때문에 이 규칙은 현재 전국식당협회로부터 제소당한 상태다.
그보다 6년전 뉴욕시는 식당 음식과 가공식품에 소금 함량을 줄이자는 전국 소금감축안(National Salt Reduction Initiative)을 만들었는데 현재 여기에 식당과 식품회사들을 포함한 500여개 단체가 파트너로 조인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14년 사이 전국 17만2,042 가구의 샘플 조사에 의하면 각 가정에서 구입한 포장 식품과 음료수에 함유된 나트륨 양이 하루 일인당 평균 396mg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대다수의 가정은 권장량을 넘어서 섭취하고 있지만 말이다.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 같은 회사는 2015년 말까지 10종류의 식품과 스낵의 나트륨 양을 18~35%나 줄였다. 쿠도스(Kudos), 페퍼릿지 팜(Pepperidge Farm), 사라 리(Sara Lee), 오로위트(Oroweat) 등의 회사들 역시 여기에 동참해 로-소디움 레이블을 붙이고 있다.
수년전 제너럴 밀스는 자사의 대표주자인 시리얼(Wheaties)에 나트륨 줄인 것을 시험 판매한 적이 있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자 이 회사는 특별한 선전이나 공지 없이 이 시리얼에서 나트륨 함량을 낮추었는데 판매량은 전과 같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로-소디움 식품은 맛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 리브만은 “알리지 않고 점진적으로 조금씩 소금 양을 줄이면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바로 그것이 소금 섭취를 조금씩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한번에 조금씩 시도하면서 미각이 거기에 길들여지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렇게 입맛을 바꾼 사람은 전에 잘 먹던 짠 음식들-콘비프, 올리브 절임, 훈제 생선 등을 나중에 먹어보고는 깜짝 놀라게 된다.
소금을 덜 쓰는 방법의 또 하나는 요리할 때 소금 간을 하지 않고 식탁에서 서브하면서 조금씩 뿌려주는 것이다. 그러면 확실히 소금 맛을 더 느끼면서 요리가 맛있게 느껴지고 염분 섭취는 크게 줄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캔이나 포장 수프 등을 살 때 로-소디움이라고 쓰인 걸 사다가 식탁에서 먹을 때 조금만 소금을 더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맛이 확 살아나면서 그 안에 들어간 다른 향신료들의 맛을 더 잘 느끼게 된다.
한편 식당에서는 염분의 대부분이 소스와 드레싱에 들어있기 때문에 음식을 주문할 때 따로 담아달라고 하거나, 조금만 뿌려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다. 주문과 함께 요리를 시작하는 음식이라면 소금을 치지 말고 요리해달라고 요청하고, 음식이 나온 후 필요하면 식탁에서 뿌려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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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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