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넘어서는 길 일본을 넘어서는 길](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7/12/19/201712191954255a1.jpg)
김갑헌 맨체스터대 철학교수
얼마 전 한국의 어느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주제는 5년 후에는 과연 한국이 일본을 경제적으로 넘어설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간한 자료를 근거로 여러 신문들이 보도한 ‘일본을 넘어서다’라는 내용을 검증해보는 의미 있는 토론이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론은 대체로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경제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필자도 그들의 결론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삶 속에 경제와 관련이 없는 분야가 없겠지만, 필자가 한국이 일본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경제와는 좀 다른 곳에 있다.
우선 생각나는 것이 일본인들의 일반적인 성품이다. 정직하다, 성실하다, 어른과 이웃과 스승을 존경한다는 말이 일반적으로 듣는 일본인에 대한 평가인데, 일본에 가본 사람, 어느 정도 살아본 사람, 또 일본을 연구한 사람들이 대체로 같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의 성품은 하루아침에 ‘빨리 빨리’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긴 시간과 문화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몇 년 안에 일본인들의 장점을 한국인들이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음은 일본인들의 소위 장인정신과 인성교육이다. 일본사람들의 장인정신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고, 그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모두 인정한다.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같은 학과에 젊은 일본 교수가 있었다. 그는 일본으로 돌아가서, 현재 일본 제일의 대학으로 알려진 쓰쿠바 대학의 교수를 거쳐 학장이 되었다.
부친은 가와사키에서 작지만 일본에서 오래 되고 유명한 식당의 하나로 잘 알려진 스시-사시미 집을 대를 이어 경영했다.
부친이 나이가 들어 은퇴를 생각하면서 아들에게 돌아와 식당 가업을 이어갈 것을 부탁하자, 그는 주저 없이 대학에 사표를 냈다. 아버지 밑에 들어가 청소에서 부터 시작해 수년에 걸쳐 철저한 훈련을 받은 후 식당을 물려받아 대대로 이어온 가업과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일은 일본에는 흔히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말하기는 쉽지만 과연 우리 한국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명문 대학 학장을 지내는 아들에게 돌아와 사시미 집을 물려받으라는 아버지, 두 말 없이 돌아와 물려받은 아들의 이야기가 한국에서도 흔히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한국이 일본을 수년 안에 넘어서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할 때 한국에서 온 한 젊은 교수를 유명한 아이작 뉴튼 연구실로 안내한 적이 있다. “시설이 우리 학교 연구실만도 못하네” - 실망한 그 분의 말이었다.
1901년 이후로 케임브리지 대학은 9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바로 그 연구실에서만 32명의 물리학과 수학상 수상자를 길러냈다는 것이 장인정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그 교수는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공계에서도 기초과학의 연구보다 상업성을 위주로 한 교육이 주류가 된 한국의 교육과, 2차 대전 이후 2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 교육의 차이는 무엇인가?
23명 중 20명이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에 몰두한 학자와 엔지니어요 문학상이 2명, 평화상이 1명이라면, 수년 안에 일본을 넘어서는 것을 말하기 전에 아직도 우리가 일본에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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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헌 맨체스터대 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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