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득점 후 기뻐하는 채선아(왼쪽)와 오지영. [한국배구연맹 제공]
트레이드는 비극이다. 정든 팀을 떠나야 한다. 이 팀에 더는 내 자리가 없다는 '선고'에 비참한 기분을 느낀다.
동시에 트레이드는 희망이다. 적응 여부에 따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후보 선수가 트레이드 후 스타로 도약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채선아(25·KGC인삼공사)에게 트레이드는 희망이다. 2010-2011시즌 신생팀 우선지명을 통해 IBK기업은행에 입단한 채선아는 지난달 26일 트레이드를 통해 KGC인삼공사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강팀 IBK기업은행에서 채선아는 '살림꾼'이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레프트 자원이었다. 화려한 국가대표 공격수들을 수비로 받쳐주는 역할을 도맡았다.
그러나 '왕조 건설'의 공신 채선아의 입지는 계속 좁아졌다. 2016-2017시즌 김미연 영입으로 주전 레프트 자리를 내줬다. 이후 리베로를 겸하다가 2017-2018시즌은 아예 리베로로 자리를 바꿨다.
채선아는 KGC인삼공사에서 '맞지 않는 옷'을 벗었다. 서남원 감독은 "IBK기업은행에서는 공격력이 약한 축에 속할지 몰라도, 우리 팀에서는 아니다"라며 그에게 레프트 자리를 맡겼다.
이적 후 첫 경기인 지난달 30일 GS칼텍스 전에서 5득점을 올리며 이번 시즌 첫 득점을 신고한 채선아는 7일 현대건설 전에서 12득점으로 활약했다.
12득점은 채선아의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이다. 알레나 버그스마(등록명 알레나)에게 쏠린 블로킹을 피해 때린 공은 상대 코트에 쏙쏙 꽂혔다.
KGC인삼공사는 채선아를 레프트로 기용한 뒤부터 상승세를 탔다. 6연패를 끊고, 2연승을 달렸다.
채선아는 스파이크에 성공할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듯한 표정으로 동료들과 기뻐했다.

IBK기업은행 시절 채선아(오른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대건설 전이 끝난 뒤에도 채선아의 얼굴에는 여운이 머물렀다. 그는 "오늘 잘 풀리는 날이었다. 좋은 토스를 올려줘서 보답했다. 공격 감은 더 많이 때려봐야 잡힐 거 같다. 생각 없이 때린 게 잘 먹혔다"며 배시시 웃었다.
채선아의 진짜 가치는 수비에 있다. 이적 후 2경기에서 세트당 디그는 2.63개로 오히려 리베로로 뛰었던 IBK기업은행(세트당 2.24개) 때보다 늘었다.
그는 "꾸준히 잘해야 한다. 오늘 경기처럼 잘 된다면 배구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리베로로 뛰었던 채선아라 리베로의 고충을 잘 안다.
그는 팀에서 가장 고마운 선수로 주전 리베로 오지영을 꼽았다.
채선아는 "지영 언니가 뒤에서 '커버 해줄 테니 자신 있게 때려라'고 하신다. 말로만 그러는 게 아니라, 진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힘이 된다"며 웃었다.
KGC인삼공사의 다음 상대는 IBK기업은행이다. 10일 두 팀은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맞붙는다.
트레이드 선수의 마음에서 친정팀은 애증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채선아는 "너무 잘하려고 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밝게, 자신 있게 하면 좋은 결과 나올 거 같다. 이기고 싶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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