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규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8년 벽두에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 간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 2017년 11월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화성-15호를 ‘성공적’으로 실험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의 또 다른 반면(反面)이다.
북한은 아직 ICBM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정설이다. 핵무력도 실전 배치에 이르지는 못했다. 2018년이 북한 건국 70주년이라 올해 그 선언을 했더라면 더 선전 효과가 있었을 텐데 왜 하필 그 시점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한국과 대화의 장으로 나왔을까. 그 답은 다음과 같이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무력충돌 회피와 새로운 가능성의 모색이다. 북한이 핵 능력과 동시에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ICBM 기술을 갖추게 되면 미국은 어떻게든 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완성’ 직전에 일단 멈추고 ‘완성’을 선언한 것이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억지능력을 구비했으니 긴장을 완화하면서 ‘협상’과 ‘완성’의 카드가 다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 유엔 제재가 실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국내총생산(GDP)의 48%에 이를 정도로 북한의 대외 무역의존도가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16년 이후 북한의 주요 수출품을 본격적으로 겨냥한 유엔 제재는 북한의 재정 상황에 상당한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핵의 실전배치, 즉 증산과 배치, 방호, 유지를 위한 조치는 핵 개발 이상의 비용이 들지도 모른다. 유엔 제재가 지속되면 핵무장의 유지 자체가 상당한 고통이 될 것이다. 북한은 어떻게든 유엔 제재를 완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중국에 대한 깊은 불신이다. 중국은 최근 들어 “중국은 북한을 결코 버릴 수 없다”는 북한의 상식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마저 보내고 있다. 북한은 중국식의 화전(和戰) 양면전술에 대응해 ‘차이나 패싱(China Passing)’을 시도하고 있다. 즉 한국을 통해 미국으로 가는 통남통미(通南通美) 전술을 시도해보고 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일단 남북대화를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결과는 불확실하다. 직접 북한의 핵을 인정하는 타협은 미국의 패배를 의미하기에 결코 수용할 수가 없다. 향후 ‘현상유지 플러스’가 아마도 최적의 선택일 개연성이 높다.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미사일 방어체계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국내 정치도 고려하고,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는 안이다.
만일 한국이 혹은 중국이 북한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큰 호재다. 트럼프는 이를 자신의 공으로 돌릴 수 있다. 그리고 실패한다면, ‘현상유지 플러스’ 정책 추진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연기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4월에 시작한다. 북한이 반발한다면 한반도는 다시 극한 대치의 상황으로 갈 것이다. 미국은 일단 최대의 압박으로 대응할 것이다. 남북한 간의 교류 역시 어려워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진지한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한미동맹에 대한 일방적인 구애나 편승만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기에는 복합 방정식의 상황에 들어서 있다.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우선, 어떠한 상황에서도 북핵에 대응할 수 있는 자체 역량을 갖추는 국방개혁을 단호히, 그러나 조용하게 추진해야 한다. 둘째, 미국과의 전략적 소통과 협력은 필수적이다. 현 상황에서 미국은 우리의 문제를 풀어주지 못할 개연성이 크지만 우리에게 시간을 벌어주고 안전을 확보하게 하는 보루다.
셋째, 인내심을 가지고 중국 및 러시아와 전략적 소통을 추진하면서 눈높이를 맞춰나가야 한다. 이들은 우리의 안전을 확보해주지는 못하지만 문제의 해결책을 열어줄 개연성이 가장 크다.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에 던지는 외교 안보적 도전은 엄중하다.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암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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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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