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 문 연세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이제 며칠 후면 평창 올림픽이 열린다. 한국으로선 처음으로 유치하는 동계 올림픽이고 세번의 도전 끝에 성공한 스포츠 축제의 장이다. 그런데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이나 2002년의 월드컵 때와는 국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도 남북한 단일팀 구성에 대한 논란은 이전에는 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과거에는 올림픽이나 세계 선수권대회 또는 아시안 게임에서 남북한이 단일팀을 만들거나 공동으로 입장하면 온 국민이 열광하였다.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이 여자 단체전에서 막강 중국을 꺾고 우승했을 때의 감동이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북이 처음으로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하던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여를 둘러싼 논란, 특히 태극기가 아닌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는 문제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논란은 정부는 물론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한반도기를 드는데 대해서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한 찬반여론이 팽팽하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가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으로 만들려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부나 여야 모두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데 대한 불만이 큰 것이 더 사실에 가깝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관해서도 그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절차상의 문제나 공정성 문제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고 그동안 고생한 선수들이 스포츠 외적인 목표를 위해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다.
그만큼 이젠 정부나 힘 있는 기관의 일방적인 결정이나 단순히 민족적 정서에 호소하는 것에 대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며 아무리 올림픽과 같은 중요한 사안이라도 집단의 의견을 무조건 수용하기 보다는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젊은 세대의 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변에 있는 학생들이나 젊은 친구들과 얘기를 해봐도 의견이 무척 다양하다. 평창 올림픽에 아예 관심이 없는 학생들부터 “평창 올림픽이 전반적으로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남북 단일팀에 관해서 “좀 정치적 무리수였지 않나”라는 견해를 피력하며 “이러다 정말 평창 올림픽이 북한의 선전무대가 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는 학생도 있다.
반면에 “전 세계인이 모이는 올림픽에서 단일팀이 갖는 상징성은 크다”며 “남북관계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저는 단일팀에 찬성하는 입장인데 단편적인 면들만 크게 부각되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언론보도에는 북한을 올림픽에 참여하도록 하려고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선수들 입장 고려하지 않고) 단일팀을 강행했다는 논조가 많은데 조금 찾아보니 정부에서도 충분히 고려하고 논의한 끝에 내린 결정인 것 같아요”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나 공격이 논의되고, 이러다 정말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남북 단일팀이나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당장 북한을 무력화 시킨다거나 평화로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는 있을 거”라며 이번 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의 계기가 되길 바람도 있다.
한 학생은 단일팀 구성에 대한 논란이 오히려 여자 아이스하키팀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했다. “단일팀이 이슈가 되면서 여자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 선수들에게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경기 표도 다 매진되었고, 국내외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고, 수원시에서 국내 첫 실업팀까지 창단하게 되었다는 게 그 방증이 아닐까 싶어요. 오래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일이라고 하지만,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지금의 큰 관심이 조금이나마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처럼 젊은 층에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며 어쩌면 민주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이전처럼 민족적 정서에만 호소하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북 간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도 아니다. 이젠 그동안 기성세대가 갖고 있던 편견이나 잣대도 수정해야 할 때이다. 그래야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좀 더 열린 자세로 평창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성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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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 문 연세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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