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리화나 업소들 ‘세금납부 작전’ 진풍경
▶ 30개주 마리화나 합법이지만, 연방정부는 여전히 ‘불법’
하와이에서 마리화나 사업을 하고 있는 알로하 그린 약종상의 타이 챙 사장. 하와이에서는 의료용 마리화나가 합법이지만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 없어서 거의 완전히 현금 거래로 사업을 한다. [Valerie Narte-뉴욕타임스]
하와이의 알로하 그린 약종상. 마리화나 재배 및 처리과정을 거쳐 각종 마리화나 제품들을 판매한다.
콜로라도, 덴버에서 마리화나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채리티 게이츠는 매달 어딘가에 예약 전화를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되면 동료 한명을 데리고 덴버 일대를 돌며 돈다발을 수거한다. 여러 금고들에 분산 보관해 두었던 20달러 지폐들을 한데 모으는 것이다. 그리고는 현금을 모두 세어서 작은 더플 백에 넣는다. 더플 백 속에는 한번에 많게는 2만 달러를 담게 된다.
그리고 나면 그는 차를 몰고 덴버 다운타운의 2층짜리 회색 빌딩으로 간다. 자동차는 길가 혹은 인근의 유료 주차장에 세운다. 이렇게 조심 또 조심하는 것은 강도당할 두려움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 둘은 가능한 한 주목받지 않도록 평범한 복장을 하고, 매번 다른 차를 운전하며 현금 배달 날짜 역시 들쭉날쭉 바꾸고 가는 길도 여러 다른 길로 바꾼다.
“매번 갈 때마다 잔뜩 숨을 죽인다”고 게이츠는 말한다.
건물 로비에는 무장 경비원들이 있고 이들을 지나 게이츠는 한 방안으로 들어간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가방을 건네면 그들은 게이츠의 돈을 현금계수기에 넣는다. 돈을 세고 위조지폐를 가려내는 기계이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서 게이츠가 하는 것은 바로 세금을 내는 것이다.
게이츠가 운영하는 베스트 댑스(Best Dabs)는 마리화나를 처리해 기름 진액을 뽑아내는 작업을 하는 회사이다. 진액은 브라우니나 차 등 마리화나 첨가 식품들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게이츠 등 마리화나 관련 사업자들은 합법적 회색지대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셈이다. 미 전국에서 점점 많은 주가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추세인 데 반해 연방정부는 여전히 마리화나를 헤로인이나 LSD와 같이 불법물질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미국 내 30개 주에서 의료용이나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 하면서 마리화나 사업을 시작하는 사업자들은 점점 늘고 있다. 이들은 고객들에게 합법적으로 제품을 팔수는 있겠지만 은행 계좌를 열 수 없어서 체킹 어카운트를 가질 수도 대출을 받을 수도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난 결과가 현금 경제이다. 게이츠 등 관련 사업자들 중 많은 수는 매달 내는 세금과 일년에 한번씩 내는 세금을 수표나 전자지불방식이 아닌 현금으로 낸다.
콜로라도, 볼더의 관련 그룹에 의하면 지난 2017년 마리화나 재배, 처리 혹은 판매하는 기업들이 보고한 수익은 대략 129억 달러에 달한다. 그와 관련해 거둬들인 세금은 47억 달러 정도.
대부분 다른 업종의 사업체들은 전자 연방 세금납부 시스템(Electronic Federal Tax Payment System)을 이용해 세금을 낸다. 국세청(IRS)이 운영하는 온라인 포털로 납세자는 은행 구좌에서 연방재무부로 돈을 이체하면 된다.
하지만 마리화나 업체들은 은행 계좌를 열수가 없으니 전자이체 방식을 쓸 수가 없다. 수동적인 방법만이 가능할 뿐이다.
“한번에 20달러짜리 지폐 한 장씩 2만 달러를 지폐 계수기에 넣는 걸 상상해보세요. 매번 족히 두세 시간이 걸린다니까요.”
게이츠가 세금 납부 과정을 말한다.
연방정부는 마리화나 업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지난 2015년 캔서스 시티 연방준비 은행은 콜로라도의 마리화나 합법화를 ‘멸종위기 동식물 거래 혹은 북한과의 교역’ 허용에 비유했다.
하지만 그 같은 강경노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 연방규제도 완화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척 슈머 연방 상원의원(민, 뉴욕)은 지난 달 마리화나 금지를 해제하는 법안을 상정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주정부들이 연방정부 기소 위협을 받지 않고 마리화나 산업을 관리하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기꺼이 서명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
한편 전국 마리화나 협회는 시민들이 나서서 연방의회에 마리화나 업소들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하게 하기 위한 동영상을 제작했다. 협회 회원들은 워싱턴으로 가서 은행계좌 개설과 세금 납부와 관련, 연방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시작하기도 했다.
존 베이너 전 연방하원의장은 마리화나 합법화에 가장 강경하게 반대한 인물 중 하나였지만 최근 시각이 바뀌었다. 마리화나 업계에 집중 투자하는 기업인 에이커리지 홀딩스(Acreage Holdings) 자문위원회에 합류했다.
공화당인 빌 웰드 전 매서추세츠 주지사 역시 에이커리지 자문 위원회에 들어갔다. 그는 마리화나가 오피오이드를 끊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마리화나 업계가 연방 은행시스템에서 차단됨으로써 여러 위험요소들이 생겨난다고 유펜, 와튼 스쿨의 피터 콘티-브라운 교수는 말한다. 법적 연구와 비즈니스 윤리 전공인 그는 마리화나 사업을 통한 거액의 현금들이 비즈니스 생태계를 이동하면서 업주가 소득을 적게 보고할 가능성, 직원들의 절도 가능성 혹은 무장강도 위험이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방정부가 아닌 주정부 관할로 설립된 작은 은행과 크레딧 유니언들이 마리화나 업계에 기본적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에이커리지 홀딩스의 조지 알렌 회장은 자사가 투자한 업체들의 경우 11개 주에서 은행 업무를 봐주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의료용 마리화나가 합법인 하와이에서 알로하 그린 약종상(Aloha Green Apothecary)의 타이 챙 사장은 거의 완전히 현금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알로하 그린은 대마를 재배하고 수확해 호놀룰루의 약국에서 다양한 마리화나 제품들을 판매한다. 챙 사장은 계좌를 신설해줄 은행이나 크레딧 유니언을 아직 찾지 못했다. 하와이 주정부가 의료용 마리화나 환자들을 위해 캔페이(CanPay)라는 모바일 지불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사용자가 많지 않다.
그래서 세금을 낼 때가 되면 챙 사장은 사설 경호팀의 호의를 받으며 주청사로 간다. 그는 주청사의 입구와 출구들이 어디 어디에 있는지 꼼꼼히 다 알아두었고, 방문 날짜와 시간도 매번 다르게 한다. 강도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기쁘게 세금을 받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온갖 장애물들을 넘어야 한다니 우스운 일이지요.”
<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