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에서의 미소 예멘에서의 미소](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8/07/23/201807232259225b1.jpg)
송윤정 버지니아
2011년 1월에 예멘의 수도 사나로 출장을 갔었다. 이슬람 국가로의 첫 여행인 데다가 당시 국경 지역에 알케에다 테러리스트들이 활약하고 있어 주변에서 염려가 많았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모든 교육과정을 마친 나는 이슬람 문화나 국가들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도 별로 없었다.
카타르 항공 비행기에 몸을 싣고 DC에서 카타르 도하까지 날아간 후, 도하에서 예멘 항공을 타고 사나까지 갔다. 아이들을 두고 출장을 다닌 관계로 항공편을 예약할 때 항상 갈아타는 시간까지 합쳐 가장 단시간인 경로를 택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도하에서 예멘까지 예멘 항공을 선택했는데 팀원들은 안전성을 따져 모두 다른 경로를 택했다.
예멘 항공은 비행기는 낡고 오래됐지만, 식사는 마치 가정집에서 손님을 대접하듯 사기그릇에 정성스럽게 담아주었다. 그곳에 도착하며 보니, 예멘은 여러모로 한국과 닮은 점이 많은 듯했다. 한국이 서해, 동해, 남해로 둘러싸인 것처럼, 예멘은 홍해, 아덴 만, 아라비아해에 둘러싸인 나라로 여러 나라의 길목에 위치해 있었고 유구한 역사를 지닌 나라였다.
처음엔 사람들이 무표정한 듯 보였지만 다정다감하고 손님 대접을 극진히 하는 친절함을 지닌 것도 한국인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일을 마친 날, 중앙은행 팀원들은 우리를 수도 사나의 옛 도시로 데리고 가서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사나 옛 도시는 2,500년도 더 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유적지로 꼽힌다. 전설로는 노아의 아들 샘이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절벽 위에 유려하게 서 있는 유적지보다 더 인상 깊게 남은 기억은 그곳 사람들이다. 중앙은행 직원 중 ‘테크라’라는 이름의 여인이 있었다.
눈만 드러내고 얼굴과 온몸을 가린 전통의상 아바야를 입고 꼭 필요한 말만 다소곳이 말하던 그녀는 우리 팀원 중 유일한 여자인 내게 꼭 사나를 구경시켜주고 싶다며 일과를 마치고 그녀 남편과 어린 두 딸,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나를 데리러 왔다. 그녀 남편의 차를 함께 타고 곳곳의 유적지를 보여준 후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출장에서 돌아온 후에도 그녀는 종종 멋있는 사진이나 유머를 보내오기도 하고 연락을 하곤 했었는데, 그 이듬해 봄 ‘아랍의 봄’으로 예멘의 정권은 붕괴되었고 인터넷이 단절되고 연락이 끊어졌다. 30년을 넘게 통치해온 시아파인 살레 정권이 무너진 후 수니파인 하디가 권좌에 앉았다.
하지만, 중동의 두 강국, 수니파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인 이란의 대리전이 점점 격화되어 나라는 둘로 나뉘어 내전 상태로 치달았고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사우디아라비아의 폭격으로 사나의 세계유적지인 옛 도시는 무너져갔고 수많은 이들이 생명과 삶의 터전을 잃어갔다.
그들은 난민이 되어 세계 곳곳으로 흩어져 갔는데, 그중 수백 명이 한국 제주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웃 나라의 대리 전장이 된 자신의 나라를 떠나 이웃 나라로 갈 수도 없고, 가난한 나라로부터 오는 이민자에 적대적이 된 미국 및 유럽에도 향하지 못해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머나먼 나라 한국까지 온 그들. 그들은 한국의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동경했고, 한국의 아픈 역사와 현재 대통령도 한국전 당시 난민 가족이었음을 알고, 소망을 품고 그 먼 길을 왔으리라. 테크라와 함께 왔던 두 딸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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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정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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