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강전에서 한국 피하려 이란-사우디 노골적인 져주기 경기
▶ 각각 미얀마-북한에 고의 패배…북한은 16강 진출 ‘어부지리’

한국이 말레이시아에 일격을 당한 ‘반둥 쇼크’는 다른 조 경기에서도 웃지 못할 코미디를 만들어냈다. <연합>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서 한국이 말레이시아에 충격적으로 덜미를 잡힌 ‘반둥 쇼크’가 조별리그 마지막 날 그야말로 웃지 못할 코미디 촌극을 만들어냈다.
20일 인도네시아 베카시와 치카랑에서 벌어진 대회 조별리그 F조 최종일 경기에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각각 경기를 앞두고 1승1무로 승점(4), 골득실(+3), 다득점(+3)까지 똑같은 공동선두였다. 이날 사우디는 북한(1무1패), 이란은 미얀마(1무1패)와 최종전에 나섰는데 보통 같았으면 서로 더 많은 득점차로 이겨 조 1위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다득점 승리 경쟁이 펼쳐져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E조에서 발생한 반둥 쇼크로 인해 한국이 E조 2위로 올라올 것이 확실해지면서 16강전에서 ‘우승후보’ 한국을 만나야 하는 F조 1위 자리는 두 팀 다 원하지 않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더구나 대진표상 한국을 이기고 8강에 오른다면 또 다른 우승후보 우즈베키스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 예상됐기에 이란이나 사우디나 모두 조 1위만은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나서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결국 이날 F조의 마지막 두 경기는 정말 웃지 못할 코미디가 되고 말았다. 이란과 사우디는 모두 전원 후보선수들로 스타팅 라인업을 꾸린 뒤 서로 경기에 지려고 용을 썼다. 결국 약체 미얀마는 우승후보 이란을 2-0으로 잡는 ‘이변’을 일으켰고 북한은 사우디를 3-0으로 꺾었다.
이 결과에 따라 F조 4팀은 전원 1승1무1패를 기록했는데 골득실에서 +1을 기록한 이란이 1위, 골득실 0인 북한과 사우디가 조 2, 3위를 차지했다. 북한은 승자승에서 사우디를 제치고 조 2위로 16강에 올라 약체 방글라데시를 상대로 맞는 이중의 경사까지 얻는 ‘어부지리’의 진수를 만끽했다. 반면 이란은 그토록 피하길 원했던 한국과의 매치업을 피하지 못했고 사우디는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인 C조 1위 중국과 16강전에서 만나게 됐다. 미얀마는 골득실 -1으로 조 4위가 돼 탈락했다.
결국 이날 하루 종일 져주기 경쟁이 벌어진 F조에서 최고의 승자는 탈락할 처지에서 16강은 물론 8강과 4강행도 유력한 처지로 급변신한 북한이었고 패자는 약체 미얀마에 스스로 무릎을 꿇고도 조 1위를 피하지 못해 한국을 만나게 된 이란이었다. 이란은 이날 미얀마에 한 골을 더 내줬더라면 조 1위는 ‘면할 수’ 있었는지 그랬다가 아예 조 4위까지 떨어져 탈락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더 많은 골을 먹을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을지 모른다. 반면 북한은 스스로 지려고 노력한 상대 덕에 탈락 위기에서 16강에 안착한 것은 물론 최고의 대진운까지 덤으로 얻었다. 북한은 약체 방글라데시를 꺾고 8강에 오르면 인도네시아-UAE 승자와 만나게 돼 4강행도 유력한 상태다.
한편 쇼킹한 패배로 이런 난장판의 원인을 제공한 한국은 이제 험난하기 짝이 없는 토너먼트에 나서게 됐다. 당장 23일 이란과의 16강전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란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서 승부차기로 한국을 꺾었고 4년 뒤 도하아시안게임 3~4위전에서도 한국을 꺾은 바 있다. 물론 이란도 한국을 피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다가 실패했지만 한국 입장에선 오히려 이란의 발버둥이 실패한 것이 아쉬울 지경이다.
만약 한국이 이란을 꺾고 8강에 오른다면 또 다른 우승후보 우즈베키스탄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B조에서 3전 전승, 10득점, 무실점을 기록한 우즈베키스탄은 홍콩과 16강전을 치른다. 우즈베키스탄은 바로 지난 1월 AFC(아시아 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서 8강전부터 일본에 4-0, 한국에 4-1(연장), 그리고 박항서의 베트남을 2-1(연장)로 꺾고 우승했던 바로 그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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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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