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한국학원 산하 윌셔 초등학교가 결국 문을 닫았다. 70년대 초 한인이민사회가 꿈과 염원을 담아 건립하고 이후 수십년 거액의 지원금을 쏟아 부은 학교가 학생이 전무해 문을 닫는 비참한 지경에 이르렀다. 한인사회로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건물과 부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재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윌셔 초등학교의 폐교는 사실 오래 전부터 예상되었던 일이다. 학교 측이 보다 책임있는 운영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서 ‘명문 초등학교’로 자리를 굳혔다면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폐교의 책임을 전적으로 학교 측에만 돌릴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한인이민이 남가주로 몰려들던 1970년대 1980년대와 지금의 한인 커뮤니티는 완전히 바뀌었다.
당시 한인학부모들은 한인타운에 모여 살며 미국 교육정보에 어두웠다면, 지금 부모들은 학군 좋은 지역을 선택해 살며 저마다 교육정보의 박사들이다. 한인타운의 사립초등학교는 자연스럽게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결국 ‘한인 2세 뿌리교육의 요람’으로 커뮤니티의 자랑이었던 학교는 커뮤니티의 부담으로 전락하다가 폐교에 이르렀다.
윌셔 초등학교 건물 활용방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대표적인 두 안은 남가주 한국학원 이사회 측이 제시한 건물임대 방안, 그리고 LA 총영사관이 제시한 한국 교육원 혹은 문화원의 별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전자는 연 18만 달러의 고정수입을 보장하면서 남은 모기지를 감당할 재정적 방안이 된다. 주중에 한인 사립학교가 건물을 임대해 쓰고 주말에는 한국학교가 이용한다는 방안이 일견 현실성 있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될 가능성이 높다. 총영사관 측 안은 한국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하지만 한인사회의 소중한 자산의 주도권이 한국정부로 넘어갈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으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커뮤니티에 가장 필요한 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단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있다. 첫째, 학교 건물은 한인사회가 수십년 재원과 정성을 쏟아 일군 커뮤니티의 자산이라는 사실, 둘째, 한인 2세의 뿌리교육과 정체성 확립이라는 설립취지에 맞게 활용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두 원칙에 기반해 커뮤니티가 다시 한번 힘을 모은다면 남가주 한국학원 건물은 21세기 한인이민 후손들의 정체성 교육의 센터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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