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을 주고받는 시기가 다가오니 생각나는 선물이 몇 가지 있다. 분당이 막 개발되던 시기에 내가 근무하던 학교 부근은 비포장도로에 호박 밭이 여기저기 자리 잡은 시골 풍경이었다. 도시의 각박함에 찌들지 않아서인지 그곳에서는 교사가 그리 무시당하는 직업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우리 반 학생 중 한 친구 집이 마늘농사를 했었는데 부모님이 첫 수확한 마늘을 쌀 포대에 가득 담아 학생 편에 보냈다. 부모님의 참으로 감동적인 쪽지와 함께였다. 내가 받은 첫 선물의 값어치는 계산이 어려운 것이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첫 아이를 낳으려고 출산 휴가를 준비하면서 출근한 어느 날, 나의 책상에 놓인 지구본만한 호박 한 덩이. 아이 낳은 후 호박이 좋다며 무게가 거의 10킬로에 육박하는 호박을 가져온 나의 제자. 나의 아름다운 기억의 선물이다.
받아서 너무 고맙고 주면서 즐거운 것이 선물이다. 부담스럽고 아쉬운 마음이 있다면 선물로서의 의미는 이미 상실을 한 것이다. 그야말로 뇌물이 되는 것이다. 요즘 선물과 뇌물을 구별을 못해서 생기는 일들이 많다 보니 선물하라는 말을 수업 시간에 함부로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을 즐겁게도 하고 힘나게도 하는 것이 선물이다.
나의 마음을 담뿍 담아 건네는 선물은 이 세상 어느 것보다도 힘이 있다. 선물에는 삶에 최선을 다하고 주어진 일에 열심히 다한 사람에 대한 아름다운 평가의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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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성 / 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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