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가주 주택시장 거래 뜸해지자
▶ 부동산 에이전트들 부업에 투신 늘어
오렌지카운티에서 15년 넘게 부동산업에 종사해온 에이전트 김모씨는 최근 작은 무역 회사를 차렸다. 건축자재 수출입 업체로 설립 신고를 마쳤고 현재 한국에서 생산되는 욕실 설비의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김씨는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해졌다”며 “뜨거웠던 주택 시장 열기가 식으면서 에이전트들의 수입이 줄었고 부수입을 올리려고 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하반기 들어 눈에 띄게 주택 거래가 감소하는 등 남가주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한인 에이전트들이 돌파구 모색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하원의 과반수를 차지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조정기가 한층 더 빨리 올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되는 등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은 호의적이지 않다.
실제 10월 남가주의 주택 판매량은 2만채 아래로 떨어지며 2011년 10월 이후 최근 7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코어로직’이 낸 통계로 10월 한달간 거래된 물량은 1만9,193채로 1년 사이 7.5% 줄었다. 거래가 성사돼야 커미션을 받을 수 있는 에이전트의 수입은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20~3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6년 전국부동산협회(NAR)가 에이전트의 수입을 조사한 결과, 연소득 중간값은 4만2,500달러였다. 1만달러에 못 미치는 경우는 24%였고, 16년 이상 일한 에이전트의 소득 중간값은 7만9,000달러, 2년 미만 경력자는 9,000달러에 그쳤다.
여기에 경쟁이 한층 심화되면서 5~6%를 받아야 하는 커미션이 2~3% 선으로 떨어지는 등 에이전트들 사이에서도 ‘못해 먹겠다’는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LA 한인타운에서 활동하는 한 한인 에이전트는 “몸은 여전히 바쁜데 거래로 연결되지 않고 커미션도 낮아져 의욕이 생기지 않을 정도”라며 “이미 떠날 사람들은 여럿 떠났고 남은 이들은 과거 경력 등을 활용해 세컨 잡을 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에이전트가 되기 전 주류 회사의 회계팀에서 일했다는 또 다른 에이전트는 최근 한인업체 한곳에 취직했다. 그는 “부동산 회사와는 리퍼럴 베이스로만 일하겠다고 합의했다”며 “주업은 회계 일을 하면서 인맥을 통해 부동산 매매 소개는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인타운에서 활동 중인 한 에이전트는 한의원 일을 돕기 시작했다. 가주한의사협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부동산 현장에서 뛰는 시간을 줄이고 대신 오전 반나절은 지인의 한의원에서 일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줄어든 소득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투잡을 뛰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파트 타임으로 에이전트 일을 하고 있는 경우도 늘고 있다. 변호사, 학교 교사, 세일즈맨, 무역업자, 통역가 등 직업들도 다양해 라이센스 유무 여부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커미션을 받는 등 에이전트 업계의 체질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여기에 우버, 에이비앤비 등 공유경제 플랫폼을 활용해 부수입을 올리는 이들까지 나오고 있다. 밸리에서 활동하는 한 에이전트는 “어차피 집 보여준다고 돈도 못 받고 고객들 운전기사 노릇도 해봤는데 돈도 벌면서 시간도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우버 등은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고객층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활용해 새로운 기회를 열겠다는 에이전트들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다는 각오다. 무역업에 뛰어든 김 에이전트는 “평소 교류해 온 무역업 종사자들과 정보를 나누고 조언을 구하는 등 차근차근 성과를 이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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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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