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에요?”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 이민자들로부터 종종 듣던 질문이었다. 이내 이 질문이 학생 여부를 묻는 질문이 아닌, 영주권자, 시민권자, 또는 유학생으로 등급(?)을 매겨 나를 판단하는 절차였음을 알았을 때 그 씁쓸함이란…
최근 이슈는 온통 불법 이민자 추방작전이다. 그 수가 상상초월이다. 뉴스를 접하며 미국이란 나라의 이방인으로서 사는 이민자의 삶을 생각해 보게 된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곳에 왔을 그들의 삶이 녹록치 않았을 것이다. 종종 마트나 식당에서 히스패닉 종업원들에게 얼굴에 미소를 띤 채 그들을 비하하며 욕설 섞인 한국말을 해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종업원들은 그저 싱글벙글한다.
상대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말과 말투에 내 얼굴이 붉어지고 같은 한국인임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어쩌면 이민 1세대 어르신들도 생면부지 타국인 이곳에서 누군가로부터 저런 대접을 받았을 수도 있었겠다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나의 아버지 세대 이민자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깊게 패인 주름 하나에도 치열했을 그들의 삶이 묻어난다.
온종일 손에 물마를 새 없이 일하는 멕시코 친구는 한 주에 두 번 쉴 수 있는 새 직장에서 월급도 올라 고국의 가족에게 조금 더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 한다. 그는 매서운 지난겨울 국경지대 강가에서 며칠을 먹지도 못하고 몸을 숨겨 천신만고 끝에 미국에 온 친구 이야기와 조국에 가족을 남겨둔 채 밧줄로 장벽을 넘다 국경순찰대에 잡혀 고향으로 다시 보내진 친척의 이야기도 전해준다. 월급 거의 전부를 가족에게 보내는 친구도 있다고 했다.
비록 내 핏줄은 아니지만 마음이 먹먹했다. 뉴스로만 듣던 이야기가 누군가의 가족과 친구의 이야기라니… 불법 이민자들을 향한 비판과 함께 그들의 인권과 존엄성 또한 도마 위에 오르고 있지만, 정작 나는 이 이민자의 나라에서 차별과 선입견을 벗어나 ‘동등한 이방인’으로서 내 주위 이민자들의 삶을 얼마나 존중하며 살아가는지 자문해 보게 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안도현의 시구처럼 그들도 삶의 치열함과 열정을 가진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제자매, 누군가에게는 귀하고 따뜻한 존재일텐데… 비록 고달픈 이방인의 삶일지라도 아직 남아있을 온기가 서로에게 전해지는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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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원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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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한국사람이 일본에 가서 차별받으면서 산다면 모두가 피를 끓면서 화를 내면서 남미에서 불법으로 와서 차별 받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은 범죄자로 취급하는 우리의 마음부터 열어야 할것입니다. 미국의 부유층 몇몇이 돈을 모으면 국경을 쌓을수 있을 정도로 부자가 많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부자들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이 됩니다. 우리가 내는 세금 얼마가 불체자를 위해 쓰는게 아깝다고 생각하기 전에 그들을 돕기 위해 쓴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요?
중남미계 이민자들 정말 열심히 묵묵하게 일합니다. 총론적으로는 불법이민 규제해야 하겠으나 개별적으로 보면 모두 사면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남미인들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면서 무시하고, 자기가 백인인냥 떠들어대는 노란백인들을보면 안타깝기도하고 불쌍하기도히고.... ㅉㅉㅉ
차별 하면 한국인 도 어느누가 따르지 못할 정도 라지요, 모두가 하늘 아래 도토리 키재기 일텐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