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15세의 나이로 시민참여센터 사무실을 찾아온 김군이라는 학생이 있었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당시 9학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혼자 오지 말고 친구들 하고 같이 오라고 했더니 며칠 후 2명의 친구를 데리고 나타났다. 그리고는 다음해인 2010년 3월 말까지 거의 매주 행사장과 교회, 사찰, 성당을 함께 다니면서 인구조사 캠페인 활동을 하였다. 주로 뉴욕과 뉴저지의 한인들이 밀집한 한인 교회와 성당을 방문하여 캠페인을 했지만 때로는 2시간씩 걸리는 저 멀리 산속에 있는 사찰까지 방문하였다.
그리고 10학년이 되면서 인턴십에 지원을 하였고 5월부터 11월까지 열심히 인턴십 활동을 하였다. 처음에는 마켓이나 거리에서 “유권자 등록하세요”라는 말도 꺼내지 못할 정도로 수줍음이 많았는데 나중에는 시장 봉지를 자동차까지 들어주면서 끝내 유권자 등록을 받아오는 집요함도 터득하였다.
우리가 인턴들에게 가르치는 유권자 등록 요령이 있다. 먼저 바로 앞에 가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인사를 받은 분들은 눈을 마주치게 되고 이때 “유권자 등록 하셨습니까”라고 묻는다. 그러면 한 부류는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투표하고 있어요”라고 한다. 그러면 그해 투표에 대한 안내서를 드린다. 다른 한 부류는 “바빠서 다음에...”하며 말을 흐린다. 그러면 재빨리 1분이면 된다고 하면서 유권자 등록용지를 내민다.
물론, “그런 것 안 해요”라면서 그냥 가는 분들도 있다. 그렇지만 위의 방법이 몇 번 통해서 몇 개를 받게 되면 학생들은 신이 나서 목소리가 더 커지고, 이제는 그냥 가려는 한인들 앞길을 가로 막고 90도로 인사를 하면서 도저히 피하지 못하게 한다. 그렇게 김군은 2010년 인턴십을 하고 떠났다가 2014년 여름 인턴 후배들을 다시 찾았다.
그때 그는 대학 2학년을 마치고 백악관 인턴에 합격한 상태였다. 그러면서 어떻게 합격을 하였는지 묻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인턴십을 자신의 경력으로 떳떳하게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백악관 인턴십 인터뷰 때 시민참여센터에서 했던 인구조사 관련 활동을 아주 구체적으로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 그랬더니 심사관이 웃으면서 그때 자신이 인구조사국에서 일을 했다고 하면서 정말 잘 대답했다고 칭찬해 주었다.”
그러면서 인턴십은 경력과 성적관리를 위한 게 아니라며, 자신의 인턴십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성실히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턴이 되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바로 그 학생이 25살의 청년이 되어 뉴저지 에지워터 시장에 도전했다가 23표 차이로 낙선을 하고서는 시민참여센터 이사회 모임에 초대받아서 왔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환경문제가 심각함을 알고, 시민참여센터 인턴 때 배웠던 풀뿌리 운동의 경험으로 지역 사람들과 해결을 위해서 시청을 방문하였는데 그들은 아무런 답을 해주지 않아서 직접 도전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선거에 대한 아무런 지식과 경험이 없이 도전하여 아쉽게 패했지만 많은 것을 배워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자신이 맨해탄에 있는 지역정부 컨설팅 회사에 다니면서 어떻게 주민들을 위한 행정을 할 것인가를 고민했는데 막상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시정부는 시민을 무시하는 것에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출마를 했다고 했다. 그 자리에 있던 40대, 50대 이사들은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 우리가 뿌린 씨앗이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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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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