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이름을 ‘춘자’에서 ‘봄’이로 바꾼다고 한국에 있는 친구가 SNS에 글을 올렸다.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자’로 끝나는 이름을 가진 어떤 이는 그냥 그대로 기분 좋게 불러달라는 이도 있고, 이름을 바꾸면 “개가 헷갈릴 텐데” 하고 걱정하는 이도 있었다. 또 다른 어떤 이는 ‘춘자’를 ‘봄’이로 바꾼다고 한일 문제에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갖는 이도 있었다.
이름을 바꾼다고 사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부르는 이도, 듣는 아이도 헷갈릴 수 있고, 우리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며, 일본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반려견의 이름을 바꾸려는 결심에는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이, 이것이라도 해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누가 뭐라 해도 정치, 경제, 외교적 전시 상황이다. 일본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함으로써 경제적 선전포고를 한 셈이고, 그 전부터 이미 정치적 견해 차이는 누적되어왔다. 모두 자국의 입장이 다를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우리와 다르고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미국의 입장과 다르다. 아무도 일본과 우리의 관계를 오롯이 이해하고 같은 편에 서주지는 않는다. 그러니 작은 일이라도 우리가 우리 편에 서는 수밖에 없다.
의류나 식품, 맥주로부터 시작된 불매운동이 점점 조직화되어가고 일본물건을 대체할 상품이 무엇인지 공유하고 관광을 자제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자그마한 성과는 앞으로 닥칠 일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한동안 반도체 산업은 물론 다른 제조업도 지대한 영향을 받을 것이며 금융권도 타격을 입을 것이고 외국의 투자도 위축되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기업인이나 정치가의 일이라고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무엇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 것이다. ‘춘자’에서 ‘봄’이로 바꾼 친구의 마음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짐작된다.
<박연실 / 풀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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