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역사를 보면 자랑스럽지 못한 부끄러운 기억들이 적지 않다. 멀리 돌아볼 필요도 없다. 바로 여기 서있는 우리를 보면 된다. 일치하지 못하고 다투고 의심하고 자기만 생각하고… 이런 우리들이 예수님의 제자라는 것이 슬퍼진다. 왜 하느님이 이처럼 아둔하고 약점 많고 고집 센 사람들을 교회의 지도자로 부르셨는지 참 의아하다.
내 자신을 돌이켜보아도 약점 투성이다. 하느님은 왜 우리 같은 죄인들 대신 천사들을 시켜서 당신의 교회를 지키지 않았을까? 우리가 교회는 거룩하다고 하는 동시에 죄인들의 교회라고 하는 것은 교회도 세상 모든 단체처럼 추하고 더러운 인간적인 모든 것을 다 겪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에 굴복하지 않고 거룩함을 향해 나아가도록 불려온 때문이 아닐까?
재미있는 것이 마냥 착하기만 한 상투스(Sanctus)가 아니라 과거 있고 문제 많고 꼴통 같은 콘트라(Contra)들이 역설적으로 교회를 짊어지고 왔다는 점이다. 토마스도 베드로도 바오로도 마리 막달레나도, 성경의 굵직굵직한 사람들에게는 다 과거가 있었다. 나도 과거가 있는 남자다. 그래서 신앙의 삶은 대역전의 드라마이다.
그리고 이 제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순수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곧 잘못을 회개하고 평생을 목숨 바쳐 교회 건설을 위해 살았다. 바로 이 점을 우리가 배워야하는 것이다. 순수해야 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투신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린아이처럼 되어야 한다는 말씀처럼,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니코데모스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 하느님의 사람으로, 교회의 사람으로, 참된 제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조민현 요셉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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