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주 2013년부터 시행 불구 업체의 45%만 제대로 제공
▶ 한인업체도 2곳만 비용 공개…“충격·경황 없는 유가족을 상술로 두 번 울린다” 비난
한인타운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 H씨(68)는 지난 4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면서 겪은 불쾌한 경험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한 한인 장의업체에서 제시한 견적대로 장례 물품을 구입하기로 했는데 막상 물품들을 보니 예상보다 너무 조악해서 업체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좀 더 비싼 물품을 구입하라는 것. H씨는 갑작스러운 일이라 경황도 없고 장례식 일정에 쫓기다 보니 업체가 요구하는 가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H씨는 “표준 가격을 사전에 알았더라면 타업체와 비교라도 해보았을텐데 정보도 없고 시간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였다”며 “돈은 돈대로 들고 마음도 상해 지금도 생각하면 불편하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내 장의업체 절반 가량이 장례 비용에 대한 가격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 정보를 숨기거나 아예 제시하지 않는 장의 업체도 있어 가격 정보 공개를 규정한 법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지난 2013년부터 법안 ‘SB658’이 주법으로 실시되면서 가주 내 장의 업체들은 웹사이트에 장례 관련 비용 전체를 제시하거나 적어도 16개 비용 항목을 공개해야 한다. 미국 내에서 가주만이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최근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OCR)는 가주 내 203개 장의업체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전미소비자연합(CFA)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장례 비용을 웹사이트에 소비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제공한 가주 내 장의업체는 45%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CFA 조사 결과에 따르면 26%의 장의업체들은 장례 비용을 공개하고는 있지만 소비자들이 면밀하게 찾아 보지 않으면 전체 비용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이것은 나은 편이다. 아예 소비자가 웹사이트에서 장례 비용을 파악하기 힘들게 ‘숨겨 놓은’ 장의업체들도 26%나 차지하고 있으며, 아예 가격 정보를 웹사이트에 제공하지 않는 장의업체들도 3%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현재 가주 내 공인 장의업체 수가 1,086곳이니 29%에 해당하는 약 315곳의 장의업체들이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인 장의 업체들의 경우도 이 같은 경향에서 크게 벗어 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6곳의 한인 장의업체 웹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일목요연하게 장례 관련 비용을 웹사이트에 명기한 한인 장의업체는 2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4곳은 가격 정보를 웹사이트에 공개하지 않았다.
가격 정보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 한의 장의 업체들은 한결같이 ‘요구 시 가격 정보 제공’(available upon request)라는 문구를 제시해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확한 가격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전국장의사협회(NFDA)에 따르면 평균 장례 비용은 7,360달러. 여기에 묘지 관련 비용 2,000~3,000달러가 더해지면 1만달러가 넘는 거금이다. 가족의 죽음에 따른 충격과 경황이 없는 상황에다 장례 비용 정보 부재 상황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은 장의업체가 제시하는 가격 조건에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다.
이승호 상법 변호사는 “6년째 시행에 접어든 SB658 법안을 좀더 강력하고 명확하게 수정해 장의 업계에 공정한 장례 비용 공개 관행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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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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