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세상에서 제일 귀한 딸아이가 이번 달에 만 세 살이 되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눈만 깜빡깜빡하면서 내 얼굴을 쳐다보던 갓난아기였던 것 같은데, 어느새 자라서, 이제는 제법 말로 자기 의사도 세세하게 표현할 줄 알고, 매일 새로운 에피소드로 나에게 감동과 행복을 안겨 주는 아이가 되었다. 세 살을 맞아 딸은 처음으로 프리스쿨에 발을 내딛으며 나름대로 사회생활도 시작하였다.
일반적으로 유아기(2-6세)에는 생각이 자신에게만 집중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된다. 그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동들은 유아기부터 타인의 생각과 감정들에 관심을 가지며, 부분적으로나마 상대방의 기분이 어떠한지, 또 상대방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에 대한 관심의 표현과 행동들을 보이기 시작한다.
얼마 전에는 딸의 손에 상처가 나서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그랬더니 나를 쳐다보며 “저번에 엄마가 아팠을 때 스텔라가 엄마 손에 반창고를 붙여서 엄마가 기뻤었어. (지금은) 내가 아프니까 엄마가 스텔라에게 반창고를 붙여줘서 내가 기뻐요” 라고 표현을 해서 매우 놀란 적이 있다.
누군가에는 한 아이가 겪은 단순한 상황설명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크게 두 가지의 이유 때문에 즉, 아이가 자기가 아닌 타인의 감정에도 관심을 가졌다는 것과, 더 나아가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과 연결시켜 비교, 대조하며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상황이 놀랍고 대견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1997년 레파촐리(Repacholi)와 고프닉(Gopnik)은 실험을 통해서 한살 반 정도부터 아동들이 타인의 기호와 감정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14-18개월 유아들에게 과자와 브로콜리를 주고 먹게 했고, 예상대로 대다수의 아이들은 브로콜리보다 과자를 선호했다.
이어 연구자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과자와 브로콜리를 먹었는데, 과자를 먹을 때는 “우웩, 과자다, 우웩”하며 인상을 찌푸리며 싫어한다는 표현을 하였고, 브로콜리를 먹을 때는 “냠냠, 브로콜리다, 냠냠”하며 밝은 인상으로 브로콜리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표현하였다.
그 후 연구자들은 아이들에게 접시를 내밀며 “내게 좀 줄래?”라고 요청했고, 아이들이 브로콜리와 과자 중 어떤 것을 주는지를 관찰하였다.
놀랍게도 14개월 유아들은 본인들이 선호했던 음식(과자)을 연구자에게 건네주었지만, 18개월 유아들은 본인이 아닌 연구자들이 선호했던 음식(브로콜리)을 건네주었다. 한 살 반 정도의 아이들은, 타인의 행동을 통해서 타인의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파악한 바를 바탕으로 타인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개인이 사회에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기초들은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보다 훨씬 어려서부터 형성되어진다. 이렇게 한 치의 오차 없이 섬세히 창조된 인격체들의 특징을 연구하고 알아갈 때마다 그 결과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귀한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어떠한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이들이 더욱 풍요롭게 정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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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영 캘리포니아뱁티스트대 교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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