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첫째와 둘째를 낳았을 때, 신생아를 들여다보면서 ‘갓 태어난 인간이란 너무 작고 약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송아지도 태어나자마자 곧 혼자 일어서고, 눈 못뜬 강아지도 본능적으로 어미젖을 찾아 기어가는데 사람의 아기는 우는 일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키워줄 양육자가 없다면 아무런 생존 능력없이 세상에 던져지는 것이다. 그러니 인간은 얼마나 무기력하고 나약한 존재인가.
그러면서 한편 역설적으로 ‘인간의 아기는 그 무능이 최고의 능력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아무 능력도 갖지 못했기에 전적으로 보살핌을 받아야 하고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을 100% 의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관심과 사랑을 끌어내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인간 관계가 다 그런 것 같다.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고 의지하는 사이가 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나의 약점을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부모든, 배우자든, 친구든, 자녀든, 사람과 사람 사이는 이해했다가, 이해가 안됐다가, 좋았다가, 미웠다가, 마음이 맞다가, 화가 났다가 하는 순간들이 쌓이면서 서로의 장점과 약한 부분까지 인정하고 그러면서 정이 드는 것이다.
사람 사귀는 게 서툴다고, 사회성이 없다고, 가족과의 관계가 힘들다고 조급할 것도 억울할 것도 없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고 붙잡을 수도 빨리 돌릴 수도 없다. 생긴 대로의 나와 남을 인정하면서 흘러가는 대로 하루하루 성의껏 살 뿐이다. 그래서 나이 드는 게 두렵지만은 않다. 시간을, 경험을, 다름과 약함을 인정하는 용기를, 그리고 지나온 세월만큼의 사랑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전성하/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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