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 시달린다는 핑계로 남편에게 이유도 없이 짜증을 낼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생각은 아마 두 가지인 것 같다. 나는 이렇게 종일 육아에 시달리고 있는데 좀 알아주고, 칭찬 좀 해주지 하는 아쉬움과 당신이 많이 도와줄 거라 생각하고 둘을 낳은 것인데 어떻게 이렇게 도와주지 않느냐 하는 하소연, 일종의 배신감인 것이다.
사실 남편이 매일 출근 전과 퇴근 후 단 몇 분이라도 두 아들을 챙기고, 주말에는 나의 육아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애쓰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 모든 게 여간 못마땅한 게 아니다. 첫째 아들에게 주는 사과는 좀 더 잘게 썰어줬으면 좋겠고, 카펫에 떨어진 것은 다시 안먹였으면 좋겠다. 둘째 아들은 손도 좀 더 깔끔하게 씻겨줬으면 좋겠고, 너무 높게 비행기 놀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따지고 보면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을 핑계로 남편에게 짜증을 내는 나를 발견한다.
그런데 이렇게 말도 안되는 짜증을 다 받아주는 남편이 있다. 주말 아침은 내가 먹고 싶은 것으로 시작을 해야 한다며, 순대국이며 베이글 사러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다녀오는 사람이 있다. 들으라는 듯 한숨을 푹푹 쉬며 누워있는 내 손을 꾹꾹 눌러주며 맛사지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 낯선 미국땅에서 엄마로서 잘하고 있다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사람이 있다.
연애시절엔 미처 다 보지 못한 남편의 깊고 맑은 심성. 우리가 산을 넘고 강을 건널 때마다 나의 마음을 울린다. 오늘도 나는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에 감사한다.
<안세라/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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