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진 유산상속법 전문 변호사
증여세 면제액이 높아지면서 자녀에게 큰 재산을 증여하겠노라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부쩍 늘고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도까지 평생 쓸수 있는 증여세 면제액을 1,140만달러까지 올라놓았기 때문인데, 2026년도부터 증여/상속세 면제액이 어떻게 달라지질 지 모르니 미리 줄수 있을 때 증여하자는 분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허나 증여는 지면을 통해 여러번 언급한 대로, 부모의 자산이 결국 자녀의 자산이 되는 것이므로 세금 문제를 떠나서 정말 자녀가 지금 많은 재산을 증여받아도 될지에 대해 꼭 짚어보고 진행해야한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 몰래 증여줄 수 없냐고 물어본다. 물론 등기상의 변화가 있을 때 재산의 새 주인인 자녀가 서명치 않고 부모만 서명하고도 등기상 명의이전은 일어날 수 있다. 허나 자녀 스스로 본인 이름으로 된 재산을 계속 모르고 있을수 있다고 보장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세금을 떠나, 정말 ‘받을’ 자세가 잘 되어 있을 때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이 오히려 더 합당할 수 있다. 또한 부모가 ‘증여’를 주고도 더 이상 부모 본인 것이라고 생각치 않을 수 있을 때 증여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자녀의 이름만 명의에 빌렸다라고 많이 생각하는 데 그 증여받은 자녀가 어떻게 돌발행동을 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아무리 부모가 이름만 빌렸다라고 할지라도 등기상에 엄연히 자녀가 주인이라면 그 해당 자녀가 법적으로는 재산에서 나오는 수입과 판매대금에 대해 모든 권리를 가지는 셈이다.
미국에서 엄청난 부를 이룬 ‘부자’들과 그들의 자녀들에 대해 연구한 자료들을 읽어보면 재밌는 공통점이 있다. 부모가 축적한 엄청난 부에 대해 감사하고 사회를 위해 더 좋은 일을 하는 데 본인의 인생을 보낸 자녀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많은 경우 그 부를 ‘저주’라고 생각하는 자녀들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밴더빌트 가문인데, 할아버지인 코넬리어스 밴더빌트가 어마어마하게 축적한 재산을 아버지인 윌리암 헨리 밴더빌트가 거의 두 배로 만들었고, 그 후 손자들이 대부분을 사교 혹은 유흥을 목적으로 많은 부를 써버리게 된다. 이때 손자 중의 한 사람인 윌리암 키삼 밴더빌트는 “상속받은 재산은 행복의 방해꾼이다. 큰 뜻을 품을 수 없게 끔 만들며 (‘야심을 사망시킴’이라고 표현함) 그리고 도덕성에 마약을 넣는 격이다”라고 말했다.
요즘도 많이 희자가 되는 데, 손자 세대에까지 세습된 부가 어떻게 쓰였을지 들여볼 수 있는 하나의 거울같은 말이다. 일례로 윌리암 키삼의 첫째부인 알바 밴더빌트는 엄청난 부로도 사교계의 환심을 사지 못하자 요즘 돈으로 7,000만달러를 들여 본인의 사교계 장을 위해 뉴욕 660가에 큰 맨션을 지었다. 이를 본 형제들이 일년에 몇 번 쓰지도 않을 여름별장들을 경쟁적으로 짓기 시작했으니, 그 커다란 부가 결국 사치로 허망하게 쓰인 격이다.
많은 학자들은 할아버지인 코넬리어스 밴더빌트가 처음부터 잘못 끼어놓은 단추가 계속 어긋낫다라고 보는 데, 첫 번째 단추는 한 자녀에게만 대부분의 부를 물려준 점이며 두 번째 단추는 자녀들의 스펜딩 ‘spending’에 아무런 제한 조건을 달지 않은 점이다. 대부분의 부가 첫째 아들인 윌리암 헨리 밴더빌트에게 넘어가면서 나머지 형제들과 거의 2년에 가까운 상속분쟁을 해야했고, 자녀들의 씀씀이에 아무런 제한을 달지 않음으로써 결국 재산의 대부분이 유흥과 사치로 쓰였으니 거대한 부가 3대째에 이르러서는 거의 사라진 것이다.
앞만 보고 이민생활을 해오느라 자녀와의 소통이 서툰 부모들이라면 더더욱 자녀 혹 손자/손녀가 앞으로 어떤 경제적 관념을 가지고 살지 많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자녀가 제대로 ‘받을’ 자세가 되었는지 꼭 짚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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